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1658)
젊은 날을 퇴고하며 젊은 날을 퇴고하며 박준수 아주 오래 전 소년시절을 회상하면, 겨울 홑겹 야윈 햇살에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이 보석처럼 반짝이듯 한 자루 녹슨 펜으로 나의 영혼을 투명하게 깎아보고 싶었다 골방에 숨겨둔 도색잡지를 훔쳐보듯 남몰래 충장로 서점을 드나들며 외국번역 시집을 사모으는 게 취미가 되었다 키이츠, 셀리, 바이런, 워즈워드, 릴케 등등 그 시집들은 늘 우울했던 나에게 친구가 되어주었다 천국, 태양, 바다, 대리석, 천사, 여인, 별자리..... 이국적인 이미지와 환상적인 묘사는 그동안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경이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비현실적이며 안개속을 걷는 것처럼 몽롱한 의식세계에 빨려들었다 그것은 경제학도였던 나에게 이브를 유혹한 선악과와 같은 것이었다.
영산강의 재발견 ‘Y프로젝트’ 영산강의 재발견 ‘Y프로젝트’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오늘날 도시는 강을 중심으로 발달해왔다. 강은 인류 문명의 시작점이자 구심점으로서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최근 강은 문명 발원지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 도시연합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한 관광자원, 신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 세계 각 도시들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강의 보존과 수변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광주시가 민선 8기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영산강·황룡강변 ‘Y벨트’ 조성 사업에 착수해 관심을 모은다. 영산강과 황룡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형상화해 ‘Y프로젝트’라고도 불리는 이 사업은 도시 중심을 흐르는 강의 생태적 특성을 살려 지역의 미래와 발전 전략을 디자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
광주문인협회 회장 선거에 관하여 광주문인협회 회장 선거에 관하여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광주는 ‘문학의 고장’이라 불리울 만큼 걸출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한 도시이다. 일제강점기 솔머리에서 태어난 용아 박용철을 필두로 ‘고독의 시인’ 김현승, 박성룡, 김남주, 김준태, 곽재구 시인 등 뭇별같은 인물들이 한국문단을 밝혔다. 이는 광주가 호남의 중심도시로서 많은 지식인들이 모여든 결과이기도 하지만, 근현대사 전개과정에서 광주의 지정학적 위치가 남달랐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광주는 지식인들에게 시대적 고민을 요구하고, 이를 언어로 표출하게 이끄는 격랑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는 문학이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시대적 변혁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문학적 성과와 전통은 ‘광주정신’으로 표상되어 오늘날에도 계..
광주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광주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지난 8월 둘째 주 여름 휴가차 가족과 함께 휴전선과 인접한 강원도 고성엘 다녀왔다. 1999년 김대중정부 시절 금강산관광을 위해 잠시 들른 지 20여 년만에 두 번 째 방문이었다. 광주에서 승용차로 왕복 12시간 넘게 걸려 고성을 다녀오는 동안 필자의 뇌리에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복잡한 현재 상황을 곰곰이 곱씹어 볼 수 있었다. 넓게는 남북분단과 통일문제에서부터 좁게는 지방소멸과 지역격차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공간 지점에서 떠오르는 생각의 편린들이 현실세계와 겹쳐지며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강원도 고성은 6‧25 당시 가장 격렬했던 피어린 전투 현장이자 철조망으로 북한과 경계선을 긋고 있는 분단의 현주소이다. 안갯속 통일전망대 적막감 가득 통일전망대..
비아초교 개교 100년의 의미 비아초교 개교 100년의 의미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장성에서 광주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광산구 비아동은 일제강점기 신작로인 국도1호선이 관통하는 곳이다. 그래서 근대적 흔적이 비교적 잘 남아있다.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비아오일장이다. 1일과 6일 장이 서는 비아장은 조선시대 말에 개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100여 년이 넘은 지금도 오일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빌딩주차장이 새로 들어서고 편의시설이 추가돼 현대적 시장 모양을 갖춰가고 있지만, 대장간 터와 장옥을 비롯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광주에서 다섯 번째 오래된 학교 원래 광산군에 속했던 비아는 직할시 승격과 더불어 광주시에 편입 되었지만 여전히 농촌 분위기가 짙게 풍긴다. 비아의 3대 명물은 비아무, 비아배, 비아막걸리를..
이제는 지방자치도 ‘소확행’이다 이제는 지방자치도 ‘소확행’이다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민선 8기 지방자치가 출범한 지 한 달 가까이 되었다. 지방자치는 말 그대로 주민이 스스로 자기가 사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살림을 꾸려가는 것을 말한다. 지난 6‧1 지방선거를 통해 뽑힌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7월부터 주민대표로서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힘찬 행보를 시작했다. 필자는 지난해 5월 20여 년간 살아온 정든 남구를 떠나 광산구로 이사 온 이후 달라진 주변환경 속에서 날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민생활과 밀착된 자치구의 행정이 주민 삶의 질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광산구 ‘찾아가는 구청장실’ 눈길 광산구는 약 42만의 인구와 광주의 44.5%에 해당하는 면적(222.9㎢)을 보유해 사실상 5..
담양을 추억하며… 담양을 추억하며… 2022.07.31. 어느덧 이순 고개 넘어 산마루에 섰더니 병풍산 아래 구불구불한 산길 따라 지난 시간의 흔적들 희미하게 피어오르네 세월의 갈피에서 마주한 반가운 얼굴들 아담한 펜션에서 함께 모여 정담을 나누며 밤 늦도록 한올 한올 오색 비단을 엮었네 녹음 짙은 계곡에 소낙비 그친 후 산허리 거슬러 오르는 신선의 뭉개구름 떡깔나무 잎 반짝거리며 환하게 웃음짓네 메타세쿼이아 오솔길 물안개 고요히 흐르고 마음과 마음이 피워낸 영롱한 빛깔들 소실점 너머로 아련히 메아리 지네 광주호 호수에 비친 칠월의 하늘은 무수한 빗방울 뿌리며 메마른 대지를 적시고 우리들 가슴속에 한음 한음 추억을 새기네.
책 만드는 여인 책 만드는 여인 붉은 벽돌건물 책 제본공장에서 한 여인이 책을 묶는 작업을 하는 모습을 우연히 승용차 차창 너머로 바라보게 되었다. 긴 머리가 허리춤까지 내려온 이 여인은 청바지에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열심히 밴딩 머신으로 책을 묶고 있었다. 더운 여름 날씨에도 아랑곳않고 묵묵히 일하는 장면이 마치 꽃다발을 엮는 플로리스트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다. 여인의 분주한 손길은 책의 향기와 더불어 어느덧 내 마음 속 깊이 활짝 장미꽃을 피우고 있었다. 잠시 스쳐가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한 여인의 실루엣은 첫 사랑 그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