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거리는 수상하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지점
3월의 거리는 수상하다
겨울공화국과 서울의 봄이
팽팽히 마주 한 광화문 네거리 한복판
깜박거리는 신호등이 수상하다
어딘 듯 일촉즉발 터질 것 같은
고요함,
외로움에 번져나는 눈물 한줄기
치통을 앓은 나는 이를 악물고
3월의 거리에 잠입한다
옷깃을 스쳐가는 바람에
암호를 보내는 첩자들
등뒤에 서있는 수많은 인파와
건물속에 숨어 있는 스나이퍼들
모두가 수상한 수신호를 보낸다
도시로 자욱한 안개가 흘러들고
그들은 스스로 몸을 섞는다
그들은 스스로 소문을 퍼트린다
마지막 판도라상자가 닫히고
베드로의 닭이 첫 울음을 운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지점
3월의 거리는 불온하다
오직 진실은 나뭇가지에 터져나오는
매화꽃눈,
꽃눈이 피어나면 첩자들은 봄의 그림자가 되어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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