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살다보면 어느 순간 억지를 부리고 있는 나를 본다
떼쓰는 아이처럼 욕심쟁이 마음으로
세상에 투정을 부린다
설익은 생각으로 시를 쓰고
허투른 꿈을 꾸며 각오를 다진다
때로는 허공에 주먹을 던지며
울부짖는다
세상이 그렇게 억지부린다고 되는 일 있나
봄에 피는 꽃들이 어디 그냥 찾아오는가
한 겨울 들판에서 헐벗은 몸으로 눈보라를 맞으며
오랜 기다림의 여정을 견뎌야 봄을 맞는 법
선승이 동안거(冬安居) 내내
면벽수도하며 마음속 부처를 갈구하듯
속으로 타들어가는 마음이 들끓을 때
새 경지가 열리는 법
미지근한 정성으로 어찌 찻물이 우려지겠는가
어거지 생각을 잉걸속에 던져넣으라
그러면 그 잿더미에 새 숨결이 움트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