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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사람은 산을 품고 산다

사람은 山을 품고 산다


사람은 평생 산 하나 품고 산다
달빛 아래 목을 늘이고
자작나무 숲을 키우고 바위를 굴리며
나무꾼 등짐을 지듯
산 하나 품고 인생을 산다
그대여, 
지금 사는 것이 고단하고 팍팍하다면 비탈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하여, 잠시 너럭바위에 앉아 담배연기 한 모금에
세상의 시름을 시나브로 흘려보내도 좋다
정상은 저만치 깔딱고개를 지나서 있으므로
숨이 가쁠수록 정상은 그리 멀지 않다
지금 사는 것이 술술 잘풀린다면
오솔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가시나무도, 가죽나무도 그대와 동행하며
산새와 꽃들을 불러모을 것이다
산딸기꽃 향기에 취해 잠들었다가
문득 쏟아지는 소나기에 흠뻑 젖어
신열을 앓는라 두문불출할 것이다
그대는 간혹
외로운 늑대 울음소리를 들으며
언덕길을 내려갈 것이다
그러다가
산길이 끝나는 어디메쯤
돌아갈 길 사위어 보이지 않고
별빛도 감감할 때
그대 홀로 산봉우리가 되어 흙 한줌 분분이 흩날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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