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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언론 현장을 가다

저널리즘 스쿨의 혁신

융합·다양성 기반 뉴미디어 리더 양성에 초점

‘언론제국’미국을 가다 <5>저널리즘 스쿨의 혁신

뉴욕시립대, ‘언론창업’ 전문 프로그램 운영
버클리, 중견기자 대상 고급 실무과정 제공


입력날짜 : 2013. 06.04. 00:00

뉴욕시립대 저널리즘 스쿨
뉴욕시립대 저널리즘 스쿨은 2006년 저널리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가적 언론’에 초점을 맞춘 교육혁신을 단행,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교육소장을 맡고 있는 카플란 교수가 강의하는 장면. .
필자는 이번 미국 연수기간 중 뉴욕시립대(CUNY), 컬럼비아대, UC버클리, 스탠포드대학 등 세계적인 명문대학을 탐방할 기회를 가졌다. 이 가운데 뉴욕시립대와 UC버클리 저널리즘스쿨에서는 직접 수업을 참관하고 관계자와 인터뷰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디지털 혁신의 물결은 저널리즘 스쿨의 강의실 풍경도 크게 바꿔놓았다. 기자로서 다양한 유형의 글쓰기 능력은 기본이고 멀티 플랫폼 환경에 적응할 기술을 배우고 언론사에서 직접 현장실습을 실시하며 뉴미디어 시대 리더가 되고자 하는 열기가 뜨거웠다.



◇뉴욕시립대 저널리즘 스쿨

첫 방문지인 뉴욕시립대는 단일 캠퍼스가 있는 게 아니라 맨하탄 곳곳에 강의실이 산재해 있어 흡사 학원같은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뉴욕시의 재정지원을 받는 명문대학으로 전 세계에서 몰려든 유학생을 포함 재학생이 무려 20만명에 달한다.

뉴욕시립대학은 2008년 가을학기부터 저널리즘 스쿨을 개설했다. 토우-나이트재단(Tow-Knight Foundation)이 1천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서 운영되고 있는 이 저널리즘 스쿨은 단순히 이론중심의 석사과정이 아니라 언론창업을 겨냥한 점이 특징적이다. 조만간 신문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지경에 ‘언론 창업’이라니…. 역발상이 흥미롭다.

이 과정은 언론지망생 및 중견 기자를 대상으로 혁신사례, 창업가 정신 및 경영 등 교육과 뉴미디어에 적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위한 연구, 뉴미디어 창업을 위한 자금지원과 연구개발 등을 수행한다.

필자가 방문한 시간에는 때 마침 외부 강사(Hong Qu)가 초청돼 혁신사례 연구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토론식 수업이어서 교수와 학생들은 자유롭게 질문을 하거나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수업이 끝난 후 교육 소장을 맡고 있는 제레미 카플란(Jeremy Caplan)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카플란 교수는 “CUNY 저널리즘 스쿨의 기본 개념은 다양성이다”면서 “인종이나 전공에 관계없이 창의적인 융합을 언론에 접합시키는 방식으로 언론 창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이곳은 교수도 학생을 동료라고 부르면서 다음 세대를 위한 리더나 스타를 키워내는 준비가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의 복합적 경험이 공유되면서 새로운 언론의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곳 출신 2명의 여성이 만든 ‘Four Square‘라는 인터넷신문을 들었다.

카플란 교수는 “기자가 경영을 몰랐던 시대는 지났다”며 “미래의 언론은 비즈니스 기반의 저널리즘만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법률가가 창업을 위한 세부적인 기술을 가르치고,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이거나 상품을 홍보하는 기획기사 작성법 등도 강의한다고 설명했다. 또 언론사가 보유한 인적자원을 활용한 강연회 기법 등 수익 다변화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UNY에는 대학원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뉴스매체가 있었다. 이곳 편집장인 지어 헤스터(Jere Hester)가 대학원생 중심의 뉴스매체 운영에 대해 상세하세 들려줬다. TV방송으로는 ‘219TV’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30분 분량의 뉴스를 한 편 정도 제작해 지역 케이블TV에 제공한다고 했다. 또한 웹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매체가 있고 기존 언론처럼 매일 또는 주간 신문은 아니지만 광고는 없고 기사가 준비되는 대로 브롱스 지역 주민을 위한 신문을 1000부를 제작해 무료 배포하고 있다.

CUNY에서 가장 주목한 점은 학생들의 서약서다. 저널리즘스쿨 입학생은 뉴욕시민의 지원을 받아 싼 수업료로 공부하는 대신 졸업 후 뉴욕지역 저널리스트가 되겠다고 서약한다. 이로써 재정 기반이 열악한 지역 언론사도 우수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지역 언론사와 지역 대학의 상생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UC버클리 저널리즘 스쿨
UC버클리 저널리즘스쿨은 언론경력 5-15년차 중견기자를 대상으로 웹기사 작성, 비디오제작, 탐사보도, 데이터베이스구축, SNS활용 등 디지털 환경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사진은 웹기사 작성 실습실.
◇UC버클리 저널리즘 스쿨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UC버클리는 미국에서 최고 저널리즘 대학중 하나로 꼽힌다. 2년제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6년 나이트 미디어센터(Knight Digital Media Center)를 개설해 디지털 혁명에 대한 기자들의 준비능력을 배양시키고 있다.

‘노스 게이트홀’로 불리우는 언론대학 건물은 20세기에 지어진 목조건물로 아담한 별장건물을 연상시킨다. 언론경력 5-15년차 중견기자를 대상으로 웹기사 작성, 비디오제작, 탐사보도, 데이터베이스구축, SNS활용 등 디지털 환경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학생들은 라디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언론보도, 잡지, 신문 및 뉴미디어 등 7개 과정을 선택해 들을 수 있으며, 21세기 저널리즘에서 성공할 수 있는 보도방식 및 방법적 기술을 동시에 습득할 수 있다. 학습은 실무와 현장중심으로 이뤄지며 학위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적어도 한 곳 이상에서 관련 인턴십 경험을 쌓아야 한다.

교내에 3개 온라인 매체를 운영해 학생들이 직접 실습할 수 있다. 저널리즘 스쿨 재학생은 100명이며, 미디어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은 15명이다.

외부 전문가가 강의에 참여하는 ‘fusion table’, 1대1 도제식 멘토링 교육방식이 특징이다. 이론과목은 단 한과목에 불과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익히고 중심 주제를 소화해내는데 중점을 둔다.

‘노스 게이트홀’로 불리우는 언론대학 건물로 20세기에 지어진 목조건물로 아담한 별장건물을 연상시킨다.
따라서 data, tool, teamwork, 협력을 중시한다. 단순 전달식 기법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조직화하고 분석해서 고부가가치의 정보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유치원을 비교해 학부모에게 맞춤형 정보을 제공, 최상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한 학기 수업료는 1천500달러이며 졸업 후 전원 원하는 언론사에 취업한다.

선발기준은 언론경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나 SAT(일종의 수학능력시험)와 에세이작성 능력을 종합해서 평가한다.

이 저널리즘스쿨의 강사 제리 몬티(Jerry Monti)씨는 “온라인의 장점은 하이퍼텍스트(hypertext) 즉 링크(연결) 기능이다. 그러나 올드 미디어는 링크가 불가능하다. 단순 전달식 미디어시대는 저물었고, 어떻게 링크시킬 것인가에 존재 이유가 있다. 독자의 니즈(needs)를 읽고 교육, 건강 등 독자가 목말라 하는 관심사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페이스북, 유튜브 등 개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언론사가 더 이상 유일한 정보 공급처가 아닌 시대가 됐다”며, “많은 정보공급자 중 하나로서 독자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언론사가 나홀로 군림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얼마나 커뮤니티가 필요로 하는가에 운명이 달렸다고 시장변화를 일깨웠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불과 10년 사이에 언론환경이 엄청나게 변했다. 종이신문 시대는 갔고 웹을 기반으로 하는 뉴미디어 시대가 언론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뉴미디어 시대에 언론사와 기자가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즉, 언론이 어떻게 사회에 봉사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저널리즘의 규범을 준수하면서 어떻게 공동체에 공공정책과 개인건강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가를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뉴욕·샌프란시스코=박준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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