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민심변화를 읽어라 박 준 수 부국장 겸 정치부장
입력날짜 : 2010. 02.16. 00:00
민족 대명절 설연휴가 끝나고 모두가 일상의 자리로 돌아왔다. 비록 사흘간의 짧은 휴식이었지만 모처럼 고향의 품에서 부모·친지들과 얘기꽃을 피우며 따뜻한 정을 나눈 시간은 생활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이번 설연휴기간 호남인들이 고향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 대화의 화제는 무엇이었을까? 아무래도 석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6·2지방선거가 가장 질펀한 화두가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 고장의 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로 누가 뛰고 있고, 이들의 인물 됨됨이는 어떤지, 그리고 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담론이 무성했을 것이다. 또 정부의 세종시 원안수정 추진으로 타격을 받을지도 모를 광주전남 혁신도시에 대한 걱정, 그리고 물가와 취업난 등 민생문제 등이 꼬리를 물며 술판이 무르익었으리라. 하지만 이번 연휴 고향마을 사랑방의 노변에서 가장 취기를 돋운 ‘안주거리’는 민주당에 대한 애증이 아니었나 싶다. 호남인들은 1971년 DJ가 제7대 대통령후보로 출마한 이후 그를 정신적 지주로서 가슴속 깊이 각인하며 지역차별과 억눌린 삶속에서도 희망의 등불로 삼아 기대를 키워왔다. 그리고 그가 이끄는 민주당을 동일시하며 무한한 애정을 쏟아왔다. 마침내 DJ가 수평적 정권교체를 실현시키고 뒤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돼 집권한 10년간 호남인은 명실상부한 정권창출의 종갓집으로서 자긍심과 보람을 맛보았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은 걱정이 앞선다. 최근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이 41.9%, 민주당이 16.8%였으며 이어 친박연대 7.6%, 민주노동당 5.3%, 국민참여당 4.3%, 자유선진당 3.2%의 분포를 보였다. 한때 20%를 넘어 한나라당을 추격하던 지지세가 꺾인채 반전의 돌파구를 찾지못하고 있다. DJ와 노무현 전직 두 대통령이 없는 민주당은 군웅할거의 시대를 맞고 있다. 맹주가 없는 가운데 각 정파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힌 당내 역학구도는 호남 광역단체장 경선구도에도 그대로 전이되고 있다. 민주당은 ‘개혁과 연대’라는 선거전략을 내걸고 호남에서 불씨를 살려 전국으로 세를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일견 현실적이고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같은 민주당의 행보를 지켜보는 호남인의 시선은 달갑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선거전략과 양질의 유력후보군이 호남에 너무 과잉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로인해 민주당 예비후보자들이 공천룰에만 집착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높이는데 급급하고, 보다 중요한 자질, 능력, 도덕성, 비전을 검증할 논의의 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전국정당을 표방하면서도 스스로 ‘호남당’의 울타리를 치고 안방을 사수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호남의 민심도 이제는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광주지역 모 후보가 11%를 획득했고, 보궐선거에서 전남도의원과 광주 기초의원을 민노당이 승리한 전례에서 보듯이 민주당에 대한 ‘무한한 짝사랑’은 조금씩 옅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당이 다시 정권창출의 중심에 서려면 호남의 기득권 의식부터 과감히 버리고 외연을 넓혀야 한다. 일각에서는 “영남은 변하지 않은데 호남만 변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항변할지 모르나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교훈을 잊지말았으면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제부터라도 DJ의 경륜과 노련함, 노무현의 개척정신을 배워야 한다. DJ는 목포가 아닌 강원도에서 첫 금배지를 달았다. 노무현 역시 인터넷 세대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돼지저금통 혁명을 만들어 대권승리를 낚았다. 일본 민주당을 배우겠다며 일본 견학까지 다녀왔던 민주당 지도부는 종갓집 쌀독에만 눈독을 들이지 말고 척박하지만 새로운 농토를 일궈, 다가오는 봄에 씨를 뿌릴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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