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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인년 대숲바람 소리

경인년 대숲바람 소리
박 준 수 부국장 겸 정치부장


입력날짜 : 2010. 01.12. 00:00

 

 새해벽두부터 편집국을 찾는 외부인사의 발길이 분주하다. 평소 만나 보기 쉽지않은 얼굴들이다. 지난주엔 하루에 3명이 잇따라 방문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모든 게 오는 6월2일 치러질 지방선거 덕분이다.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출마예정자들이 ‘얼굴 알리기’ 차원에서 언론사를 방문, 새해덕담 대신 ‘출마의 변’을 내놓고 간다.
 이렇게 일찍부터 선거열기가 지펴지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정치지형의 변화를 꼽을 수 있겠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공천권에 한발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는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여론조사에서 경쟁상대보다 우위를 점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신인이나 지역기반이 약한 입지자의 경우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어 불리한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마케팅이론에 의하면 소비자(유권자)들은 문제인식-대안탐색-대안비교-구매(선택)의 과정을 거치는데, 대안의 범주에 들지 못하면 선택대상에서 탈락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입지자들은 여론조사에서 인지도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느라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심지어는 여론조사를 역이용하기도 한다.
 선거열기가 달궈지고 있는 또 하나 원인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세이의 법칙’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광주시장 출마가 예상되는 인사들의 숫자만 보더라도 범민주당에서 7명에 이른다. 또 한나라당 등 다른 정당후보자까지 포함하면 1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경선전까지 전국 최다 후보가 뛸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시·도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까지 겹쳐 전국이 한바탕 선거홍역을 치를 판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아직 민심을 충분히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무응답 비율이 많고 전화에 의한 조사방식이어서 신뢰도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신뢰도란 누가 조사하든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샘플링(표본추출)이 정확하게 이뤄져 하는데 여기에 대한 검증은 사실상 쉽지않다. 입지자가 어느 직함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엇갈리는 것도 유권자가 그만큼 선거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는 가변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호랑이 해인 올해 8대 동시지방선거가 열리는 것도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호랑이에 대한 신앙은 인간을 보호해주는 수호신의 상징이자 인간을 가해하는 두려운 존재로 양면성을 지닌다. 이를 선거에 적용해보면 좋은 후보를 뽑았을 땐 지역을 발전시키고 주민을 편안하게 해주지만, 그렇지 않았을 땐 지역발전을 후퇴시키고 민심을 흉흉하게 만드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민화속 호랑이가 대나무와 함께 그려진 것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호랑이가 ‘우두머리’로 상징된다면 대나무는 ‘민초’에 비유된다. 호랑이는 대나무숲에 있을 때 더욱 위엄이 빛난다. 그러나 대나무가 한번 일어서면 그 누구도 ‘분노의 역류’를 막아내지 못했다.
 1894년 갑오 동학혁명이 그렇다. 부패한 관리의 탐학에 못견뎌 봉기한 농민들이 대나무로 죽창을 만들어 무능한 조정에 항거한 것이다. 전봉준 등 동학접주들이 성난 농민들을 이끌고 전주성을 함락시켜 조정과 화약을 맺었다. 4·19와 5·18도 민중들이 독재에 맞서 일어선 역사적 사건이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4·19 50주년, 5·18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따라서 오는 6·2 지방선거는 어느 해보다 중요하고 절박한 의미가 담겨 있다. 지방자치 15년만에 맞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깨끗하고 능력있는 후보를 선택해 주민들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한표를 행사해야 한다. 그래야 대나무로 죽창 대신 피리를 만들어 부는 ‘태평성대’가 열릴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출마자들은 민초들의 ‘대숲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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