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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날의 풍경

골목길 청포도 넝쿨이 정겹다

 

 

 

골목길 청포도 넝쿨이 정겹구나

 

 

요사이 나는 우리 동네 골목길을 걷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오늘도 푸른길도서관을 오가면서 평소 이용하는 푸른길을 경유하지 않고 일부러 골목길을 걸어보았다.

푸른길도서관은 우리집(아파트)에서 4블럭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집 바로 앞 푸른길을 따라 15분정도 걸어내려가면 도착한다. 푸른길은 옛 경전선 도심구간이 이설된 자리에 숲을 조성해 시민들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만든 오솔길이다. 요즘은 녹음이 우거져 서늘하고 싱그러운 숲내음이 마냥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이런 매력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산책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 길을 애용한다.

그러다보니 집 주위 골목길을 걸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간혹 푸른길 주변 식당에 술을 마시러 가는 길에 골목길을 지나가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 도로와 인접한 일부분을 보는 정도이고, 주택가 안쪽으로 들어가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다 푸른길만 걷다보니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어 안쪽 골목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단독주택이 모여있는 골목길은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우선 한적해서 좋다. 차량통행도,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어 긴장을 풀고 어슬렁 어슬렁 걷는 묘미가 있다.

푸른길 주변 못지않게 곳곳에 다양한 맛집들이 얼굴을 내민다. 길 양쪽에 오래된 식당과 최근 개업한 식당들이 뒤섞여 오히려 식욕을 돋운다. 칼국수, 갈비구이, 족발집 등등.

아파트 단지에서는 보기 어려운 세탁소, 방앗간, 미용실, 구멍가게 등 전통적인 골목상권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푸른길을 공원을 가다가 불쑥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어느 집앞 화단에 심어진 포도나무였다. 포도넝쿨 아래 청포도가 주렁주렁 열린 채 유월의 뜨거운 햇볕을 쬐고 있었다.

도심 길가에서 마주친 포도넝쿨은 신기하면서도 뭔지 모를 목가적인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담장너머로 고개를 내민 옆집 붉은 넝쿨장미보다 훨씬 강렬한 정감을 불러일으켰다.

골목길은 사람냄새뿐 아니라 전원의 향수가 숨쉬고 있음을 발견한 기분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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