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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날의 풍경

무등산 장원봉에서 맞은 새해

 

무등산 장원봉에서 맞은 새해

 

2015년 청양의 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는 설레임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한 것 같다. 시간이란 연속적이어서 해가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련만 새옷을 갈아입은듯 그 느낌이 사뭇 새롭다. 새해를 맞으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소망을 빈다. 그리고 새해 첫날의 상서로운 기운을 온몸으로 받기 위해 산 정상이나 바다에서 해맞이를 한다.
나도 새해 첫날을 의미있게 맞기 위해 무등산 장원봉에 올랐다. 회사에서 매년 하는 해맞이 행사에 동참하는 형식이지만 첫날 무등산에 올라 대자연을 심호흡하는 일은 여러 가지로 보람차다.
새벽 6시 신양파크호텔 가는 길목, 만남의 광장에서 집결한 우리는 대오를 이뤄 산행을 시작했다. 벌써 9년째 계속되는 장원봉 산행은 서로가 익숙한 듯 선두에서부터 조용한 발걸음만이 이어진다.
아직 어둠이 장막을 드리운 산은 내리는 흰 눈발로 더욱 한기가 느껴진다. 새벽 겨울산행은 평소 맛보지 못하는 각별한 묘미를 선사하지만 가파른 비탈길에다 눈까지 내리니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산은 오를수록 몸이 무거워져 힘들지만, 반대로 오르면 오를수록 마음은 가벼워져 계속 오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비탈에 선 나무들 사이로 눈발이 휘몰아친다. 소나무와 떡갈나무가 말없이 침묵하고 있다. 눈보라가 산의 풍경을 덮고 세상의 경계를 허문다.
‘산에 오르면 무엇을 하랴’ 묻는다면 잃어버린 나를 만날 수 있어 좋다. 자신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평소 망각한 나를 마주하게 된다. 내안에 잠든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으로 혹은 아집과 독선으로 멍텅구리가 된 나를 끄집어내 지혜롭고 정직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2015년에는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먼저 건강을 다지는 일이다. 50대 중반에 이르니 몸이 많이 망가져 여기저기 삐걱거린다. 다음으론 욕심을 버리는 일이다. 내 것과 남의 것을 분간하는 분별력을 키워야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식을 탐구하는 일이다. 새로운 지식이 계속해서 유입되어야 정신이 늙지 않는다. 사고의 근력을 키워서 담대한 안목을 지녀야겠다. 그래야 흔들림이 없다. 산비탈에서 미끄러지지 않는다.
2015년 청양의 해를 힘차게 달려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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