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작노트

박준수 시인의 '노천카페에서'

시로 녹여낸 40대 가장의 눈에 비친 세상

 


40대 가장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풍경일까?

세 아이의 가장으로서 빠듯한 삶을 살아가는 40대 중반의 지방신문기자가 자기만의 개성 있는 언어적 색채로 삶의 무늬를 수놓은 시집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세번째 시집 '노천카페에서'(문학들 刊/6천원)를 낸 박준수 시인이 주인공이다. 제1부 '녹슨 펜으로 쓴 시'를 시작으로 모두 4부에 걸쳐 65편의 시를 담고 있다.

시에 드러난 그의 삶의 뒤안길은 IMF 이후 척박해진 우리사회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첩첩산중에 갇혀 길을 잃은 형국처럼 어둡고 가파르다.

그러나 그가 풀어낸 시어들은 잔잔하게 가슴 속 깊이 파고든다. 그리고 그의 시어들은 어렵지 않고 낯설지 않아 좋다.

광주 5.18과 함께 너무나 잘 알려진 시인 김준태씨는 발문을 통해 "그는 이제 새로운 시적 도약단계로 들어선 것 같다"며 "지금까지의 자의식에 사로잡힌 고통의 순간들을 고운 목소리로, 깊고 넓은 목소리로 승화시키는 단계에 이른 듯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릇을 닦으며'란 시에 대해선 65편의 시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했다.

"식기를 닦으며 신석기인의 사랑을 생각한다/ 빗살무늬 토기에 스며있는/ 허기진 그리움 한 덩이/ 밥풀처럼 달라붙어 사랑을 나누고 싶다/ 달빛 교교한 외딴 숲에서/ 식기 두어 개 포개놓고/ 한 평생을/ 이빠진 그릇 닮은 아내와/ 살 부비며 살고 싶다" ('그릇을 닦으며')일터에 나간 아내를 기다리는 모습이 어쩜 우리들 자신 같아서 목이 메인단다. 그리고 시인의 애틋한 사랑이 시적 사유를 거쳐 한 차원 높은 인생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설파한다.

박씨는 '시인의 말'에서 "내 시는 체험의 진솔한 고백이다. 고도의 언어적 기교나 파격적인 이미지의 변용같은 것은 별로 없다"고 피력하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격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한다.

'중년의 길목'은 IMF사태로 무너져 내린 그의 실직체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40대에는 칼을 맞는 길목이 있다/ 장미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며 웃으며 가야 하는 길이 있다./ 살다보면 때로는 죽음보다 컴컴한 동굴 속에 갇힐 때가 있다. / 절망에 데인 자국은 화농으로 짓물러 뚝뚝 메마른 영혼 위에 떨어진다"로 시작되는 이 시에서 시인은 직유와 은유를 되풀이하는 시적 기법을 동원해 자신과 오늘의 한국 40대 가장들의 질곡을 느끼게 한다.

특히 김준태 시인의 장문의 발문은 박준수 시인의 '노천 카페에서'의 시집을 음미하고 이해 하고 가깝게 다가가는 것을 돕는다.

박준수 시인은 그동안 '길은 맨 처음 간 자의 것이다'(2002),'어머니의 강물'(2003) 등 2권의 시집을 냈으며, 전남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시작노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슴에 묻어둬야 할 시  (0) 2010.04.12
묵은 김치  (0) 2010.04.11
오월, 사람의 그림자가 그립다  (0) 2010.02.16
커피는 가을 편지처럼   (0) 2010.01.24
시내버스에는 오늘도 동전이 구른다   (0) 2010.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