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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05~2010)

국제화의 물결에 대비하자

국제화의 물결에 대비하자


 

입력날짜 : 2006. 10.10. 00:00

 

박준수 부국장 대우 겸 경제부장 
 정보화 물결에 이어 국제화의 물결이 지구촌 곳곳에 빠른 속도로 밀려들고 있다. 이념장벽의 붕괴와 정보통신·교통의 발달에 따른 결과이지만 '글로벌시대'에 함축된 의미는 정보화의 물결과는 사뭇 다른 깊이를 지니고 있다. 정보화의 물결은 기술적 특성이 강해 산업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 반면 개개인의 삶의 양식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울림을 미쳤을 뿐이다.
 정보화의 대표적 도구인 컴퓨터나 인터넷, 휴대폰이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의 풍경을 뒤바꿔 놓은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이들 도구를 구입하면 정보화 물결에 쉽게 편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국제화의 물결은 산업 뿐 아니라 개개인의 생활과 생존양식에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 가령 해외여행에 나선 관광객이 현지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는 가이드가 들려주는 설명으로 현지의 문화를 엿볼 수 밖에 없다.
 직접 눈으로 보니까 외국의 문화를 체험했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현지인들과 대화하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지 못한다면 마치 TV를 통해 외국의 유명 관광지를 보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제화 물결에 적응해 생존하려면 한 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되고 국제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같은 상황은 지자체도 마찬가지이다. 글로벌시대의 전개로 국경이 사라지면서 지자체들도 중앙정부와 동격으로 국제 비지니스무대에 뛰어들어 세일즈경영을 전개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이미 광주시와 전남도는 국제화에 대비해 해외 자매도시 등 전략지역에 공무원을 파견하고 해외연수를 실시하는 등 국제화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또 영어·일어·중국어 홈페이지를 개설해 외국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지자체를 홍보하는가 하면, 시·도지사가 직접 외국에 나가 투자유치와 수출상담 등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 전남대는 내년에 경영전문대학원(MBA)을 개설해 국제화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배출해 지역사회의 국제화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행정의 저변속으로 들어가보면 국제화의 흐름은 아직 더디게 흐르고 있다. 최근 광주시가 대대적으로 홈페이지를 단장한 결과 외국어 사이트가 제법 짜임새를 갖추기는 했지만 컨텐츠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유치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정보가 빈약하고 부실하다. 일례로 불과 20일전 홈페이지에는 투자유치 부서에서 자리를 옮긴 지 1년이 넘은 공무원 명단이 투자유치 담당자로 계속 남아있어 어리둥절케 했다. 또 개편이 이뤄진 현재도 하남공단이 '아남공단'으로 오기돼 있으며, 외국인의 니즈에 맞춰 공단지도까지 곁들여 투자정보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 타 시·도 홈페이지와 비교하면 개선해야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치구 영문 홈페이지는 더욱 가관이다. 선거가 끝나 단체장이 바뀐 지 석달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종전 단체장이 올라있어 구색갖추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외국인이야 누가 단체장이든 관심 밖이겠지만 먼지쌓인 책상을 보는 것처럼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이다.
 앞으로 갈수록 지방행정 영역에도 국제화의 물결이 거세게 파고들 것은 불문가지이다. 더우기, 국립아시아문화 전당이 들어서고, 서남해안 개발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국제화된 행정서비스 제공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불과 4~5년 후면 광주·전남의 랜드마크로 떠오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관람객이 몰려올 텐데 홈페이지가 부실하고, 공무원의 입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면 누구로부터 광주와 전남의 참모습을 전해 들을 것인가. 산업화, 정보화에 이어 국제화에서도 뒤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