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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05~2010)

'덫'에 걸린 광주·전남 경제 

'덫'에 걸린 광주·전남 경제 


 

입력날짜 : 2008. 10.21. 00:00

 박준수 부국장 겸 경제부장 


 광주·전남 지역경제가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아니 덫에 걸려든 느낌이다. 우리가 늘상 지역경제 상황을 논할 때마다 숙어처럼 들먹이는 '낙후'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의 캄캄한 경제사정도 사정이지만 MB정부 집권기간 내내 걸어가야할 앞길을 살펴보니 첩첩산중이라서 하는 말이다.
 MB정부는 지역발전 전략으로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을 폐기하고, '5+2 광역경제권' 구상으로 대체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제주와 강원도를 2개 특별경제권으로, 나머지 내륙을 5개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별로 지역실정에 맞는 차별화된 사업을 펼쳐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시·도 행정구역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경제정책이 인접지역간 중복투자와 협소한 시장으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 비효율성을 낳고 있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적 배경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좋은 취지의 '5+2 광역경제권'이 유독 호남권, 특히 광주·전남에만 불리하게 적용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돼 지역차별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는 인구를 기준으로 영남은 2개의 광역으로 나누고 호남은 1개로 묶은 '계산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광주시와 전남도는 광역경제권 구상 중 호남권이 단일권역인 데 반해 영남권은 2개 권역으로 나뉘는 등 불공정하게 지정된 데다, 호남권 선도산업의 경우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 위주여서 예산규모가 수백억원대에 불과하지만 영남권은 수천억원의 예산 지원이 가능한 대규모 사업 위주로 배정됐다며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의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와 광주지방국세청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5+2 광역경제권은 '수도권 특혜, 영남 편중, 호남 소외'정책"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의원들은 "광역이든, 아니든 지역경제권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것이지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 문제가 아니다"며 "인구를 기준으로 영남은 2개의 광역으로 나누고 호남은 1개로 묶은 것은 5천년 역사를 한 순간에 뒤집으려는 반(反) 역사적 몰염치한 발상"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한 의원은 첨단의료 융·복합단지와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 등 지자체가 건의한 대규모 핵심사업의 상당수가 30대 선도 프로젝트에서 제외된 점을 거듭 강조하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5+2는 윈윈정책의 일환으로 봐야 하며 경제권을 호남 하나 영남 두개라는 피상적인 것만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광주·전남의 현실을 조금만 관심있게 들여다보면 "5+2는 지역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지역간 상생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작성한 '호남지역 경제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월 평균 호남지역 어음부도율은 0.62%로 지난 해 연간 0.60%보다 0.02%포인트 높으며, 전국 월 평균 0.15%와 비교해 4배나 차이가 나고 있다.
 같은 기간 전국 월 평균 예금 연체율은 1.18%인 반면 호남은 1.47%에 달했다.
 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전국 지방 국세청 관할 지역 중 호남지역만 유일하게 세수가 감소했다. 광주지방국세청이 올해 상반기 거둔 국세 세수는 4조8천4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천89억원, 2.2% 감소했다.
 이 처럼 자영업자 세원노출 확대 등으로 전국적으로 세수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상황에서 호남만 세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지역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극심한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대거 양산되면서 실업급여 신청자도 크게 늘고 있다.
 그런데도 국가균형발전위 고위관계자는 최근 "호남권이 계속 사업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배제하고 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민을 충격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게 국내에서 닥쳐올 한파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