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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아버지의 수레

아버지의 수레

 

봄날, 아버지의 수레가 온다

무꽃 핀 밭둑길을 뚜벅뚜벅

소보다 힘 센 아버지의 팔뚝은

겨우내 삭힌 볏짚거름에서

아지랭이를 퍼내신다

 

여름날, 아버지의 수레가 온다

연분홍 복사꽃 낙화한 과수원에서

새색시 볼같은 복숭아를 차곡차곡 싣고서

시장으로 간 날,

염소 한마리가 음메~ 따라왔다

 

가을날, 감나무 잎사귀 단풍들 무렵

아버지의 수레가

노오랗게 익은 감을 상자에 가득 담고

탱자울타리 사이 신작로길을  

흙바람처럼 흘러갔다 

해질녘, 수레에는 새옷과 새신발, 과자가 듬뿍

우리를 기쁘게 했다

 

겨울날, 도시로 온 아버지의 수레는

골목길 담벼락에 물구나무로 선 채

눈발을 맞다가 새벽길을 나선다

꿈속 귀전에 아득한 기침소리와 발자국 소리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는 구름속으로 총총 떠나시고

홀로 남겨진 나는 시방

낡은 수레를 밀고 어디로 가야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