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수레
봄날, 아버지의 수레가 온다 무꽃 핀 밭둑길을 뚜벅뚜벅 소보다 힘 센 아버지의 팔뚝은 겨우내 삭힌 볏짚거름에서 아지랭이를 퍼내신다
여름날, 아버지의 수레가 온다 연분홍 복사꽃 낙화한 과수원에서 새색시 볼같은 복숭아를 차곡차곡 싣고서 시장으로 간 날, 염소 한마리가 음메~ 따라왔다
가을날, 감나무 잎사귀 단풍들 무렵 아버지의 수레가 노오랗게 익은 감을 상자에 가득 담고 탱자울타리 사이 신작로길을 흙바람처럼 흘러갔다 해질녘, 수레에는 새옷과 새신발, 과자가 듬뿍 우리를 기쁘게 했다
겨울날, 도시로 온 아버지의 수레는 골목길 담벼락에 물구나무로 선 채 눈발을 맞다가 새벽길을 나선다 꿈속 귀전에 아득한 기침소리와 발자국 소리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는 구름속으로 총총 떠나시고 홀로 남겨진 나는 시방 낡은 수레를 밀고 어디로 가야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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