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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TV와 만남

[TV속 세상] 영상매체와 역발상 홍보

[TV속 세상] 영상매체와 역발상 홍보
박준수 본사 기획실장


입력날짜 : 2016. 05.26. 19:03

곡성군이 역발상 홍보 전략을 통해 지난 주말 열린 제6회 곡성세계장미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보도가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개봉된 나홍진 감독의 스릴러 영화 ‘곡성(哭聲)’의 흥행을 ‘곡성(谷城)’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시켜 장미축제 사흘 동안 10만 인파를 운집시켰다는 분석이다.

곡성 인구가 2016년 3월 현재 3만637명이니 주민의 3배가 넘는 외지관광객이 ‘골짝나라’를 다녀간 셈이다. 방문객 수만을 놓고 보면 장소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이렇게 곡성세계장미축제가 대박을 터뜨린 데에는 유근기 군수의 역발상 홍보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군수는 축제 한달 전 한 지방신문에 ‘곡성(哭聲)과 다른 곡성(谷城)이야기’란 제목으로 칼럼을 게재해 곡성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글에서 섬뜩한 공포 분위기를 다룬 영화 곡성(哭聲)이 발음이 같은 곡성(谷城)에 부정적 이미지를 유발할 것이란 심리적 연상효과를 역으로 활용해 지역마케팅 전략에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 곡성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영화속 곡성은 리얼리즘적인 행정구역이라기 보다는 상징적이고 우화적인 공간이다. 그럼에도 영화 ‘곡성(哭聲)’의 무대는 ‘곡성(谷城)’과 닮은 점이 많다. 영화는 지리산 자락으로 첩첩이 둘러싸인 마을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살인사건들을 보여준다. 그곳은 폐쇄적이고 낙후된 공동체로 외지인에 대한 혐오, 마을사람들의 집단적인 완력행사, 샤머니즘의 성향 등이 강한 곳이다.

외지인이 키우던 개를 죽이고 사람의 얼굴을 물어뜯는 폭력성도 여과없이 보여준다.

“오히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군을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록잎의 발랄함과 갈맷빛 사철나무의 들뜨지 않는 엄정함에 감탄할 수 있다면 우리 곡성에 올 자격이 충분하다. 유리창에 낀 성에를 지워가며 그리웠던 사람들을 그려본 사람이라면 곡성에 와야 한다. (중략) 행여 영화 ‘곡성(哭聲)’을 보고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꼭 우리 곡성(谷城)에 오셔서 따뜻함이 주는 즐거움 한자락이라도 담아갔으면 좋겠다.”

영화속 배경과 현실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골짝나라 곡성(谷城)을 새로운 눈으로 재발견케 하는 미적 효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그는 1991년 일본의 아오모리현 사과농장이 태풍으로 90% 가량 낙과피해를 입었을 때 좌절하지 않고 남은 10% 사과를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는 합격사과’로 명명해 10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한 사례에서 역발상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렇다면 유 군수의 역발상에 대한 믿음은 어디서 왔을까? 단순히 ‘위기를 기회로’ 혹은 ‘뒤집어 생각해 보자’는 동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영화라는 영상매체의 대중적 흡인력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영화나 TV 등 영상매체의 이미지 각인효과를 장소마케팅에 적용해 성공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1박2일’, ‘꽃보다 할배’의 촬영지에 관광객이 몰려드는 현상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와 결합될 때 더욱 강력한 여운을 남긴다. 곡성세계장미축제가 내년에도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역에 내재해 있는 이야기를 발굴해 원작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안이 아닐까. 광주매일TV가 향토 인문자원에 영상을 입혀 경제적 부가가치로 탈바꿈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