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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열대야

열대야


열대야에 잠 못이루고 뒤척이다가
어둠이 밀물 드는 소리를 엿들었다
여태껏 어둠은 일순간에 드리워진
태양 저편 지구의 그림자라고만 생각했다
낮의 쪽문이 닫히는 시간에 커튼이 스스르 내려와
컴컴한 세상이 되는 줄로만 알았다
지평선 너머 저만치 다가오고 있는
어둠의 파문을 이 세상 누가 본 적이 있을까
한 겹 한 겹 갈피를 이루며
허공에 스며드는 어둠의 숨결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메아리처럼
가슴을 흔드는 적막감
익숙한 것들이 등을 돌려 낯설어지는 밤에
낮의 흔적들이 둥둥 떠나니고
기적소리가 별똥처럼 귓가에 흩어진다
겹겹이 주름진 어둠을 바라보며
저 깊은 심연에 누워있는 나는 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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