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한인타운에서
하루 일상의 흔적이 유물처럼 뒹구는 거리를
나는 길고양이처럼 번뜩이는 눈으로 두리번 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이국의 밤거리는 어둡고 침침해 낯설면서도 은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화려한 마천루 불빛아래 상점들 간판 조명이 희미하게 피어난다
아무도 여행자의 잠입을 모른 채 평온한 표정으로 밤은 깊어가고
나는 정지된 화면 속에서 혼자서 뚜벅뚜벅 길을 걷는다
이층 누각의 상점들 사이로 인력거 대신 승용차들이 바삐 달려간다
지구 동쪽으로부터 한 시간을 후퇴한 이 곳에서
나는 일년을 도망쳐온 사람처럼 도시의 구석구석을 뒤적이고 있다
벤치에 앉아 단숨에 책 한권을 머릿속에 삼키고
허름한 전통시장 과일가게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열대과일에
내 입술을 딥키스당한 싱가포르 한인타운에서
길고양이처럼 또 다른 골목길을 찾아 군침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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