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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남의 일 아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남의 일 아니다

 

29명의 사망자와 36명의 부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우리사회 허술한 재난 대응 태세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점에서 뼈아픈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화재 발생 원인에서부터 신고, 진화작업, 소방점검 및 건물자체의 문제점까지 매뉴얼과 대응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된 것이 없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데는 불에 취약한 마감재인 ‘드라이비트’를 건물 외장재로 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2년 전 5명이 숨진 의정부 화재의 경우도 외벽에 불에 잘 타는 소재인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단열 시공이 됐기 때문에 불길이 위층으로 순식간에 번졌다.
또 건물 주변에 주차된 차량으로 소방차 초기 진입이 늦어진 탓에 초동 진화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아니라 119 소방대가 건물의 설계도면을 확보하지 못한 채 구조·진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과정도 석연치 않다. 최초 신고자는 여성으로 이 여성은 스포츠센터 내 전화로 “1층 주차장 차량에서 불이 났다”고 신고했으나 자신을 ‘행인’이라고 밝혔다. 이 여성이 스포츠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인지, 화재를 감지해 119에 신고하게 된 경위는 어땠는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한 건물주는 화재 직후 홀로 소화기를 들고 몇 차례 불을 끄려 했지만 소화기가 작동되지 않아 결국 진화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소방 안전점검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달 30일 소방 안전점검 전문업체가 실시한 안전점검 때 업체 직원들은 2층이 여성 사우나인 탓에 내부를 점검하지 못한 채 직원들 얘기만 듣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소방점검이 제대로 이뤄져 비상구의 불법 구조물 설치 등을 확인, 시정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다 건물 8·9층에 테라스가 불법으로 설치되고 옥탑 기계실은 주거 공간으로 편법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모든 것들이 대형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수없이 지적됐던 각종 불법과 부실대응 등이 또 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예상치 못한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알면서도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번 제천 화재는 미리 조치할 수 있었던 것들도 무시해 화를 키운 면이 없지 않다.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소방당국과 건물주들은 경각심을 갖고 만약의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