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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영화인 창작활동 지원 방안 확대돼야

광주 영화인 창작활동 지원 방안 확대돼야


황무지나 다름없는 광주 영화계에 경사가 있었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허지은(31)·이경호(35) 감독이 연출한 '신기록'이 지난 23일 열린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올해 최고의 단편영화를 뽑는 '청정원 단편영화상' 수상작에 선정됐다. 광주지역에서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신기록'은 가정폭력의 굴레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현숙(정경아)과 데이트폭력에 노출된 소진(이태경)의 관심과 연대의 이야기다.
심사위원들은 "접점이 없던 두 여성이 소통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23분에 걸친 영화를 통해 '가정폭력'이라는 소재를 대사보다는 영화언어로 잘 전달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신기록'은 광주시와 광주영상위원회의 '다양성 영화제작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5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에 걸쳐 완성했다. 적은 예산과 짧은 기간에 만들어진 작품인 것이다.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서 입상한 7편의 본선 진출작과의 경쟁에서 거둔 쾌거라 지역 영화계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신기록'은 광주지역 영화인들이 중심이 되어 완성한 것으로도 의미가 크다. 전남대 선후배 사이인 두 감독을 비롯해 이 지역 배우인 정경아·노희설씨, 오태승 촬영감독, 박서영 음악 감독 등이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광주에서 활동하는 많은 젊은 영화인들이 겪는 현실은 매우 척박하다. 재능있는 상당수 감독들과 배우들이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수년전 광주를 방문한 어느 프랑스 예술가는 영상예술이야말로 광주가 집중해야할 장르라고 조언한 바 있다. 광주가 명실상부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위상을 다지기 위해서는 젊은 영화인들이 마음 놓고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번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 수상을 계기로 광주 독립영화가 더욱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