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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시대, 호남 잠재력 꽃 피울 기회 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호남 잠재력 꽃 피울 기회 왔다”
산업화 늦었지만 창의성 뛰어난 호남이 오히려 ‘기회의 땅’
실리콘밸리 등 우수한 두뇌집단 모인 지역이 경제 이끌어
GIST, 기술 중심에서 인간 행복 기여하는 대학으로 전환

  • 입력날짜 : 2018. 12.17. 19:13
문승현 총장은 “호남이 비록 산업화는 뒤쳐졌지만 창의성과 예술적 기질이 뛰어나 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볼 때 오히려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김애리기자
지난주 GIST 캠퍼스에 들어서니 교정에 줄지어 서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한적한 풍경 안으로 여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들어왔다가 사라졌다.

GIST는 올해 설립 25주년을 맞은 젊은 대학이다. 학생수 2천명, 교원 수 200명의 비교적 작은 규모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다.

그러나 연구성과에 있어서는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학의 기능은 교육과 연구인데, GIST는 세계 대학평가기관으로부터 최근 2년 연속 연구부문 상위권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GIST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올해 발표한 ‘2018/19 QS 세계 대학 평가(QS World University Rankings)’에서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Citations per Faculty)’부문 세계 3위로 평가됐다.

GIST가 이처럼 짧은 기간에 ‘작지만 강한 글로벌 대학’으로 우뚝 선 비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앞으로 얼마나 영향력 있는 대학으로 성장할지 큰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GIST 문승현 총장을 만나 대학설립 25주년의 의의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주제로 인터뷰를 가졌다. 문 총장은 1994년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 GIST 설립과 동시에 교수로 부임해 GIST 25년의 역사를 함께 써왔으며, 현재 국정 100대과제에 포함된 ‘인공지능(AI)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 조성’ 기획을 제안하여 광주광역시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그는 먼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애플(APPLE)은 IT제품을 만드는 제조회사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활용한 플랫폼 회사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프트웨어에서 부가가치가 만들어집니다. 중국이 지금 이 분야에서 맹추격해오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의 변화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곧바로 시장에 적용돼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제조업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왜 아직까지 신산업이 안나오는 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올해 설립 25주년을 맞은 GIST는 학생수 2천명, 교원 수 200명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다(사진 좌). GIST가 지난 11월 설립 25주년을 맞아 개최한 인공지능(AI) 포럼 장면./GIST제공

그는 과학자답게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가 처한 답답한 현실에 대해 예리한 진단을 피력했다.

하지만 곧이어 희망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국가보다는 우수한 두뇌집단이 모인 지역이 경제를 끌고 갑니다.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 선전(심천)지역이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판교가 그에 해당됩니다. 판교와 같은 창의적 인재가 모이는 거점을 또 하나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문 총장은 그러면서 창의성과 예술적 기질이 강한 호남지역에 국가시책으로 ‘인공지능(AI)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 조성’이 추진되는 데 대해 매우 시의적절한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사실 문 총장은 인공지능(AI)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 조성 제안자이다. “호남은 오랜 농경사회 전통의 관성을 가지고 있고, 산업화에도 뒤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멋과 풍류의 고장으로서 뛰어난 예술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창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산업사회 기반이 탄탄하지 않아도 시작이 가능합니다.” 10년전 시작된 ICT융합이 제조업과 연계된 개념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정보화와 지능화가 핵심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볼 때 호남이 오히려 ‘기회의 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가 반드시 광주에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은 4차산업 혁명의 엔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 IoT, 센서 등과 결합해 지역산업을 획기적으로 혁신할 수 있죠. 신재생에너지, 스마트팜, 헬스케어, 문화기술, 광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파생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지역에서 큰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인프라입니다.”

문 총장이 이렇게 지역의 미래 먹거리에 각별히 관심을 쏟는 이유는 GIST의 태동과 관련이 깊다. 80년 5·18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지역민의 염원을 바탕으로 설립된 대학이기에 ‘지역의 문제 해결’을 GIST의 사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GIST는 지난 4반세기 동안 이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교수와 연구원, 직원, 학생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보다 높은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왔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GIST가 오늘날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모든 구성원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지방(광주)에 위치하고 있지만 저희들은 수도권대학 이상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구해왔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지난 25년간 이러한 목표들은 순조롭게 달성되었습니다.”

문 총장은 이제 GIST가 새로운 목표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것은 기술중심에서 사람을 향한 가치 창출, 즉 인간과 사회의 행복에 기여하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스스로 찾아서 연구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총장 취임 직후부터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역CEO를 초청해 조찬포럼을 열고, 기술경영아카데미(GTMBA) 활성화와 지역기업에 창업기술이전 등 열린 대학의 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섰다.

“그동안 GIST가 지역사회와 다소 거리감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시·도민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아울러 시·도민도 대학이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연구개발한 기술들을 잘 활용해 혜택을 누리셨으면 합니다.”

문 총장은 GIST가 ‘광산업 성공’에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AI)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 조성을 통해 더 큰 신화를 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새해에는 GIST의 슬로건인 ‘우리의 꿈, 세계의 빛’이 빛고을 광주에서 환하게 피어나길 염원한다. /박준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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