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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근대역사유산’ 소모적 정쟁 이젠 그쳐야

‘목포 근대역사유산’ 소모적 정쟁 이젠 그쳐야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올해 벽두 일제 수탈의 항구였던 목포 개항장 일대가 때 아닌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이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목포 원도심의 근대역사문화공간은 구한말 러시아, 영국, 일본 등 열강들의 이권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진 현장이자, 일제강점기 우리민족의 핍박과 설움이 흥건하게 고인 한(恨) 많은 땅이다.
일본인 거류지나 일본영사관 등의 건물뿐 아니라, 전국적 항일의 상징이었던 목포제유공장 여성노동자들의 파업현장, 암태도 농민항쟁 때 600여명이 배를 타고 건너와 투쟁했던 구 목포경찰서 등 항일의 상징과 유적, 그리고 선창에서 조선노동자들이 허기를 채우던 죽거리(죽동)까지 그 자체로 근대 역사가 담겨있는 문화의 보고이다.
게다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인천, 부산, 군산 등 다른 개항장에 비해 규모나 질적인 측면에서 월등한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어두운 역사의 그늘에서 퇴락의 시간을 보내왔다.
그런데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구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투기논란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태를 지켜보는 지역민들은 매우 당혹스럽고 실망스런 심정이다.
손혜원 의원의 행위가 ‘오이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맨 격’이든 ‘이해충돌’이든 간에 근대역사문화공간의 ‘역사적 가치’를 발견하고 숨결을 불어넣으려 한 점에 대해서 깊은 동정심을 갖고 있다.
뿐만아니라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다른 ‘도시재생 사업’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남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추진되는 근대문화유산 재생사업이 정치권에서 정략적으로 이용되면서 자칫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이라는 본질이 왜곡돼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손혜원 의원이 지난 23일 자신이 모은 유물과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의 자산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이해충돌’ 문제는 해소된 셈이다.
목포 근대문화유산이 더 이상 역사문화보존이라는 본질과는 달리 왜곡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안된다. 역사 바로세우기와 문화자산을 잘 살려 낙후된 도심을 활성화하는 데 정치권이 앞장 서 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