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1658)
푸른길 주점에 앉아 푸른길 주점에 앉아 기적소리 끊긴 철로변 푸른길 소복이 눈이 내리고 오막살이집이었던 주점 간이역마다 불빛이 아득히 번진다 초저녁부터 벌겋게 취한 난로 내 뺨에 아롱지는 취기 귓전을 스치우는 세상사의 애환 불콰해진 사연들이 담배연기따라 피어오른다 술을 또 한병 시켜서 서..
겨울나무 겨울나무 무성한 기억을 떨구면 넓어지는 들판 비탈에 선 채로 가을과 작별하고 가장 진실한 마음으로 칼바람 끝에 한 줄의 연서(戀書)를 쓰노라.
진월동 술집들이 불을 밝히네 진월동 술집들이 불을 밝히네 어느 겨울 흐린 날 '술마시는 날' 술집을 찾아 헤매다 기억 희미한 추억의 발자국을 따라 오래도록 길을 걸었네 눈도 오지 않고 산타도 오지 않는 가난한 도시의 교회 뒷골목을 따라 담벼락 밑으로 바람이 쌓아둔 은행잎들이 차곡차곡 자동차 불빛에 노오란 ..
바람의 흔적 바람의 흔적 어둠으로 어둠을 덮고 쓸쓸함으로 쓸쓸함을 덮어버리는 일상의 소소함 노을지는 바닷가 짠 맛을 잃어버린 포말의 향연 살아가면서 간혹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왜 여기까지 떠밀려 왔는지 낮선 항구에서 폐선에 걸린 깃발의 속울음을 들으며 녹슨 닻이 무겁게 시간을 붙들고 ..
시인의 정원 시인의 정원 시인의 집은 덜컹거리는 풍경과 책꽂이에 야위어가는 긴 상념의 그림자 채석장에 널려있는 너덜겅의 침묵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꽃이 피고 구름이 흘러들고 시인은 사색하고 시인의 아내는 책을 읽는다.
감을 따며 감을 따며 화순 춘양 고인돌마을에 가을이 곱게 물들었네 산기슭 선산에 아버지가 심어놓은 감나무 여섯그루 주인을 잃은 채 하늘만 쳐다보다 헐거워진 나뭇가지에는 감똥 맺지못한 지난 계절의 빈 자락. 홍시감 따러 왔다가 단풍든 감잎 사이로 양떼구름, 뭉개구름 바라보다 문득 붉어..
언론인 박준수씨 ‘백년의 기억, 문화전당 광장과 골목길’ 출간 한 권으로 보는 광주 근·현대 100년사 언론인 박준수씨 ‘백년의 기억, 문화전당 광장과 골목길’ 출간 일제 강점기 이후 ‘광주읍성 터’ 중심 광주만의 독특한 역사 이야기 풀어내 입력날짜 : 2015. 11.08. 18:34 광주 동구 충장로에 1920년대 세워진 광주 최초 우체국의 모습(사진 왼쪽)과 광..
가을의 여로 가을의 여로 박준수 여기는 추억이 피어나는 숲길 가난한 마음이 한잎 두잎 쌓여 시나브로 물드는 그리움의 나이테 붉은 창 너머로 너는 눈부신 소녀의 모습으로 걸어와 나무들 사이로 바람을 초대하지 이미 다녀간 소낙비의 젖은 머릿결을 매만지듯 품 안에는 바스락거리는 한 줄의 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