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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에는 오늘도 동전이 구른다 시내버스에는 오늘도 동전이 구른다 시내버스에는 자투리 꽃, 따라지 꽃 흐드러지게 피네 모두가 급행으로 달리는 세상을 굽이굽이 완행으로 돌고 도는 시내버스 승객들은 느린 세상의 이치에 길들여진 갈대꽃마냥 낮은 데로 풀썩 주저앉아 바람결에 수화를 건네네 언덕받이 정거장에서 할머니 한 ..
<시>마레지구 노천카페에서 &lt;시&gt;마레지구 노천카페에서 파리 한복판 마레지구 골목길 노천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잔 속에 파리의 가을이 프리마처럼 번져간다 갈색커피의 유혹에 감겨드는 프리마의 하얀 살결 커피향보다 진한 샤넬향수가 코끝에 스멀거린다 수많은 인종들의 인파속에 뒤섞인 언어들이 저마다의 철자법으로 ..
양동, 겨울풍경 양동, 겨울풍경 -박준수 유년의 땅 양동, 1970년대 지금은 화석처럼 잠든 시간속으로 기억의 강은 흐른다 긴 골목길이 탄광갱도처럼 미로를 만들고 낮은 처마가 맞댄 집들에는 하루품삯 인생들이 굴딱지처럼 모여산다 마른기침소리가 흘러나오는 창호지 너머 병든 아버지가 새벽을 힘겹게 일어선다 리..
인생이란 인생이란 -박준수 인생이란 새벽에 길을 나서 저녁에 신발끈을 푸는 것이다 꽃은 피었다가 향기 한 소절 바람에 전해주고 지나니 눈보라 헤치고 산을 넘어가는 이 밤 가난을 깁는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워 별들이 묻힌 하늘을 헤매인다 턱까지 숨차오르는 역경은 늘 나를 단련시키고 만신창이가 되어 ..
그리운 운암동 그리운 운암동 박 준수 운암동이여, 안녕 나는 구름처럼 네 곁을 떠나간다 30대 푸른 시절의 숨결을 추억에 새기고 바람처럼 빈 손으로 작별을 고한다. 민들레 키만큼 낮은 5층짜리 구식 아파트에 둥지를 틀었던 10년전 15평 허름한 방안에 큰 딸아이의 웃음소리 가득했고, 둘째 딸아이가 돌을 맞을 무렵..
막차의 차창가에는 별이 뜨고 막차의 차창가에는 별이 뜨고 젊은 시절 나는 첫차를 타기위해 새벽길을 나섰네 저만치 달려올 첫차의 굉음소리에 마냥 가슴이 설레였네 그리곤 허둥지둥 몸을 던져 창가에 자리를 잡고 미명의 세상이 깨어나는 걸 넋을 잃고 바라보았네 미루나무가 들판을 가로질러 내달리고 산들도 앞다퉈 달려가..
시-들판에 홀로 선 나무 시-들판에 홀로 선 나무 박준수 누가 들판에 홀로 선 나무를 외롭다 말하는가 그루터기 주변에 지천으로 널린 애기망초꽃을 보아라 나뭇가지를 땅에 닿을듯 끌어안고 귓속말로 밀어를 속삭이는 사랑의 화음이 들리는가 비바람 부는 날에도 나무는 기쁨으로 충만하다 우람한 줄기뿌리로 뜨겁게 흙을 ..
월척은 없었다 월척은 없었다 -박준수 겨울강에서 귓볼이 얼어붙도록 기다렸지만 찌를 물고 올라오는 건 피라미뿐 월척은 없었다 담배만 연거푸 피워물다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은어떼들이 허공을 유영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은어떼를 쫓는 초승달 월척은 없었다 강 언덕 너머 불어오는 바람이 裸木의 풍경마저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