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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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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네트 가을 소네트 담 너머 숲은 고요함으로 구름 사이 달빛은 그윽함으로 마음 따뜻한 사람들에게 띄운 가을 축제로의 초대장 언덕 위의 하얀집 창가에 앉아 햇살에 잘 익은 붉은 포도주에 흥이 돋우면 깊어가는 가을밤 모두가 시인 옛 노래가 저절로 화음을 이루고 가슴마다 흐르는 별빛 추..
찢어진 우산 찢어진 우산 길을 가다가 나 홀로 길을 가다가 숲을 만나 쉬고 싶었다 들꽃을 만나 이야기 하고 싶었다 한참 가다가 돌부리에 넘어져 무릎이 깨졌다 다시 일어나 절뚝거리며 걷다가 소나기를 만났다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옛 애인을 만났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그녀가 웃으며 물었다 나..
볏단 볏단 겨울 들판에 누워 있었다 가을걷이 끝난 논 한 가운데 지난 계절 꿈들이 참수되어 밑동만 남긴 채 허허로운 바람 결에 만장 깃발 흔든다 이랑 사이 수런거리던 푸른 잎사귀 빽빽하던 들녘에 나락 옷고름을 휘날리며 검게 그을린 농부는 굽은 등을 한번 폈다 가을이 깊어갈 즈음 상투 ..
자은도에서 자은도에서 사랑이라 할까, 그리움이라 할까 뭍에서 멀찍이 애태우는 큰 애기섬 삼한의 전설이 시누대 푸른 잎에 수런거리고 썰물진 백사장 이국으로 떠나간 돛단배 매바위에 걸터 앉아 기다림에 지친 늙은 소나무 그리움 토하는 파도 거품 밤하늘에 무수한 은하수 오늘도 눈 비비며 옥..
광주·전남, 소득은 낮은데 과시형 소비는 높아 광주·전남, 소득은 낮은데 과시형 소비는 높아 광주·전남이 16개 시·도 가운데 소득수준에 비해 평균소비성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품과 외제 및 중·대형 자동차 구입 등 과시형 소비가 많아 실속형 소비로의 행동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은행 광주..
독백 독백 내상(內傷)이 깊었다 허투루 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아침에 넝마가 된 나를 발견했다 슬픔을 넘어선 고통이 있다는 걸 난생 처음 알았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울 정도였다 비틀거렸다, 낭떨어지에서 비틀거렸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버텼던 세월도 내상을 아물리기에..
번개탄 번개탄 불타는 것은 속울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꽃들의 장렬한 화염은 저 먼 시간 씨앗의 통곡이다 응어리진 마디마디마다 제 화음을 가지고 있다가 번갯불처럼 세상을 송두리째 활활 태우다가 한바탕 폭포를 쏟아내듯 퍼올리는 저 용틀임 슬픔으로 내면을 정화하는 오색향연 외로운 막..
은둔의 시간 은둔의 시간 지상은 온통 불덩이가 굴러 다닌다 건물도, 자동차도 불길에 휩싸여 펑- 펑- 불꽃을 쏘아 올린다 여기저기 불붙은 사람들이 뛰어 다닌다 사람들의 입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온다 이글거리는 화염은 도시를 재로 만들고 거리를 무덤처럼 허무로 뒤덮었다 내 귀를 잘라 슬픈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