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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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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해제 갯벌에서 무안 해제 갯벌에서 유월의 태양이 가장 빛나는 곳 무안 해제 곶 앞바다에 소금기 어린 바람결에 펄럭이는 자유 만주 벌판처럼 광활한 대지 위의 숨결이 아득한 서해 바다를 휘감는다 물결 떠밀려간 시간의 길을 따라 드러나는 수 만년 지층 아프게 살아왔던 뼈마디 화석처럼 남아 지나..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스스로에게 실망을 느낄 때 나는 더 이상 향기 나는 꽃이 아니다 용서하지 못하고 뒤척이는 불면의 밤은 사막의 밤처럼 깊고 아득하다 철썩이는 파도 절벽에 갈매기 울음소리 귓가에 아련히 밀려드는 모래톱 망상은 무중력으로 모든 것을 쓸어 담고 다시 ..
장성호(長城湖)에서 장성호(長城湖)에서 장성호는 여인의 마음을 닮았다 옹골찬 사내 하나 품고 싶은 마음 하늘의 별이라도 따려나 젖가슴 활짝 풀어 놓고 산마루에 누웠네 그러나 아무 사내나 품을 수 없다는 듯 넘실대는 강물에 몸을 담그고 임꺽정, 전봉준 같은 힘 쎄고 칼 잘 쓰는 사내놈 어디 없나 황룡..
자작시 해설-강물은 그리움을 향해 몸을 누인다 ●자작시 해설 영산강은 그리움을 품고 흐른다 박준수 강물이 속절없이 흘렀던 것은 아니다 삼백리 남도길을 그냥 내달렸던 것은 아니다 담양 추월산에서 목포 하구언까지 굽이굽이 땀방울이 맺히고 피눈물이 고이고 진양조 여울장단이 아프게 아프게 스며든 목매임의 속울음으로 흐른..
오월, 문득 오월, 문득 오월 문득 사랑이 그리우면 뚝방길을 나홀로 걸어가리라 보리밭 푸른 들판을 가로질러 해일 밀려오는 바람처럼 추억의 모퉁이 깃발을 흔들며 간이역 기적소리에 마음을 실어 산너머 휘어진 고샅길 따라 내달려 가리라 오월 문득 사랑이 그리우면 남도의 강가에서 활짝 웃고 ..
경전선 연가 경전선 연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느림보 열차 경전선 철마 광주 효천역에서 순천역까지 2시간의 호젓한 여정에 나섰다 어린시절 외갓집 화순 도림을 가던 철길 그대로 반세기만에 하모니카 닮은 객차에 오르니 동심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철마는 덜컹거리며 남도 들판을 가르마를 타..
고향집 고향집 박준수 달빛 아래 감나무 그림자 서성이는 그곳으로 탱자울타리 사이 바람은 여전히 귓가에 분다 봄이면 연초록 솔 순과 아카시아 꽃 따먹으며 걸었던 등굣길 무리지어 가다가 흙바람도 맞고 물수제도 뜨던 그곳으로 늙은 농부가 소달구지를 타고 세월의 언덕을 넘는다 흰 구름 ..
빈 방 빈 방 세월이 지나간 자리에 빈 방 하나 아이들 웃음소리 맴돌던 그 곳에는 허물처럼 남겨진 액자 속 오래된 사진 유년의 해맑음이 애틋한데 책상 위 낡은 책꽂이 두리번거리다 지문처럼 남은 손때 묻은 갈피 들추면 드라이플라워인양 바스락거리는 그 시절 잃어버린 향기를 찾아 젖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