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338) 썸네일형 리스트형 봄 봄 어머니의 눈물 흐르는 대지 고랑 사이 낮게 피는 노오란 민들레꽃 과수원 언덕에도 봄이 스치듯 오고 부스스 한 잎 한 잎 일어서는 풀잎들 메마른 계절 다시 부는 바람 쓸쓸함을 전해주는 잔가지의 흔들림 탱자울타리 밖 신작로에 장보러 가는 사람들은 하얀 보따리를 이고 가네 서릿발을 밟으며 서릿발을 밟으며 -2.16 빛고을산들길 6구간에서 겨울 들길을 걷는다 피 묻은 동학군 깃발 들고 맵찬 칼바람에 옷깃 여미며 눈송이 휘몰아치는 용전 들녘 내딛는다 청보리밭 둑길을 걸어, 갈대 서걱대는 냇가를 지나 ‘정성머리들’, ‘한장들’ 가슴팍을 밟으며 까마귀 전설이 어린 비아 .. 시내버스 안에서 시내버스 안에서 아직 미명(未明)이 걷히지 않은 거리에 길을 나선 사람들이 만원버스에 오른다 한 척 높이 계단을 딛고 서면 쪽방같은 세상은 서 있는 사람과 앉아 있는 사람이 평등하고 높은 자리도 그리 탐나지 않는다 떠밀려가는 창밖 풍경은 어제와 변함없지만 부평초처럼 흔들리는.. 기억, 폭력의 시대 기억, 폭력의 시대 광야 외딴집 겨울 칼바람이 탱자울타리를 뚫고 달려들고 있었다 검은손이 누이의 머래채를 끌고 마당으로 나와 내동이쳤다 쓰러진 누이를 붙들고 어린 형제들은 엉엉 소리내어 울며 누이의 통곡소리에 함께 무너져 내렸다 두엄속 같은 어둠속에서 깜박이는 별빛이 눈.. 상처입지 않고 시 쓰기 상처입지 않고 시 쓰기 상처 때문에 시를 쓰지만 더러 시로 인해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또 시로 동여매보지만 덧나는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피 흘리지 않고 싸우는 것보다 상처입지 않고 시 쓰기가 더 어려운 세상이다 시인이여, 상처를 두려워 말라 찢기는 것을 두려워 피지 않는 .. 매물도 갈매기 매물도 갈매기 섬은 바다 한 가운데 떠있는 쉼표 거제도는 큰 쉼표 매물도는 작은 쉼표 여객선이 푸른 원고지 위에 길게 시를 써내려간다 갈매기들이 한 줄 두 줄 따라 읽다가 줄을 바꾸는 사이 파도가 지우는 바람에 그만 나머지 문장을 놓치고 말았다 포말로 흩어진 미완의 시 다시 되.. 범어사 일주문에서 범어사 일주문에서 가을 햇살도 비스듬한 산비탈에 낙엽이 사바세계로 내려 앉는다 천상에서 보낸 지난 계절은 꿈이었고 시방은 꿈같은 현실 그래서 사람들은 낙엽에 물든 붉은 화염을 뜨겁게 가슴에 품는다 이 계단에 오르면 중생도 부처도 오롯이 불타고 대웅전, 팔상전, 나한전도 불.. 시월이 가네 시월이 가네 시월이 가네, 사랑이여 노오란 은행 잎에 매달린 저 푸른 하늘을 풍선처럼 멀리 떠나 보내네 거리엔 낯설은 바람이 불고 그대 긴 머리 결 따라 계절의 청춘은 저물어 가네 이렇게 뜨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우리네 삶이여, 시월이 가네 어느 언덕에서 비를 맞으며 남루하게 서 ..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