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338)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수항구에서 여수항구에서 불현듯 찾아간 여수에 동백꽃 대신 초여름 가랑비에 흠뻑 젖어서 가네 젊은 날 여인을 만나러 간 허름한 2층 음악다방에 뻘줌하게 앉아 있다가 슬그머니 돌아선 그날처럼 삐걱거리는 계단에 넘어질듯 출렁이는 파도 위에 자꾸 흔들거려 바위 틈새로 흘러드는 물보라에 동백.. 구주산 가는 길 구주산 가는 길 하늘을 향해 구비 구비 아득한 길 산과 산이 비켜가고 구름이 비켜가고 수 천년 설화를 간직한 채 흰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태고의 고향 오늘, 동방의 나그네가 길을 가네 갈꽃 넘실대는 평원을 지나 흙먼지 날리는 자갈길을 걸어 산비탈에 걸친 바위를 거슬러 거슬러.. 무릉도원에서 부치는 편지 무릉도원에서 부치는 편지 바람은 봄을 시샘하니 맵차고 꽃잎은 강물을 시샘하니 낙화유수인가 봄 마중 나온 그대여 강물은 님을 시샘하는데 내 마음 한 자락 호수에 풀어 그대에게 묵은 편지 띄우니 받아보곤 봄이 왔다 일러 주소 벚꽃이 놀란 듯 얼굴 붉어질 터이니... 찔레꽃 찔레꽃 봄볕 쏟아지던 날 유년시절 살던 과수원 탱자울타리에 하얗게 고개 내민 찔레꽃 어머니 옷에도 흐드러지게 피어 온통 그 향기 맡으며 자랐네 고향 떠나 도시로 나온 후 찔레꽃 대신 붉은 장미를 좋아했네 유월이면 화단에 가득 넘쳐나는 빨간색 물결 누군가에게 줄 양으로 꺾어서.. 쓰러져가는 것들에 대하여 쓰러져가는 것들에 대하여 쓰러진 모든 것은 언젠가는 서 있었다 유년시절 경험했듯이 힘차게 도리질을 하던 팽이는 꼿꼿하게 빙판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회전력을 잃은 순간 팽이는 빙판에 주저앉아 겨울바람을 맞는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치솟은 아름드리 잣나무 태풍에 넘어.. 공복 공복 맑게 게인 영혼의 지평선 어딘가에 초원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뭉게구름 아득히 흘러가고 새들이 떠다녔던 창공의 마루 끝 깃털 하나 떨어져 은빛 시어(詩語) 찬란한 적막감 허기진 깨달음이 꽃처럼 붉다. 장미로부터 받은 편지 장미로부터 받은 편지 오월이면 어김없이 집 마당에 배달되는 너의 편지 한 줄 한 줄 예쁜 손 글씨로 써내려간 너의 붉은 마음 젊은 날 가시를 내밀었던 너의 손을 아프게 만졌던 그날처럼 곱게 접어둔 사연을 꺼내어 흐린 눈으로 다시 읽는다 그때 너의 집 담벼락은 무척 높았고 너머로 .. 거리 음악회를 감상하며 거리 음악회를 감상하며 광주공원 광장에 예전 무리지어 먹이를 쪼던 비둘기는 보이지 않고 대신 얼굴에 주름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 섹스폰 연주를 감상하고 있네 베사메무초~베사메무초~ (나에게 키스해주세요~) (나에게 키스해주세요~) 흥겨운 멜로디가 봄 햇살을 타고 느린 템포로 울..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