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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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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한인타운에서 싱가포르 한인타운에서 하루 일상의 흔적이 유물처럼 뒹구는 거리를 나는 길고양이처럼 번뜩이는 눈으로 두리번 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이국의 밤거리는 어둡고 침침해 낯설면서도 은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화려한 마천루 불빛아래 상점들 간판 조명이 희미하게 피어난다 아무도 ..
말라카에서 말라카에서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 말라카 ‘동양의 베니스’라는 애칭을 가진 호반의 도시 중국 어부들이 살았던 골목길 상점에는 갖가지 진귀한 물품들이 눈길을 사로잡고 오래된 사원에 명나라 장군 정화를 기리는 향이 묵은 전설을 말없이 전해주네 서양의 문명으로 색칠된 네덜란..
바투 동굴에서 바투 동굴에서 시바신의 아들 무르간신이 파수꾼처럼 중생들을 내려다보며 동굴로 들어가는 문 앞에 우뚝 서 있다 세속의 업보를 등에 지고 300개의 계단을 허리 굽혀 올라야만 닿을 수 있는 천국의 길목 눈앞에는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옮겨놓은 듯 하늘로 이어지는 까마득..
한전 스카이 라운지에서 한전 스카이 라운지에서 고대 왕국 발라국의 영지에 온 그대여 브르즈 할리파처럼 우뚝 솟아 ‘빛의 바다’를 비추는 등대를 아는가 영산강 어귀 수 천년 전설이 서린 상서로운 빛가람동 한 복판에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둥지를 틀어 미래를 향해 꿈을 펼치는 곳 어둠을 밀어내고 빛과 ..
고창 모양성에서 고창 모양성에서 고창 모양성에 올라 보니 푸르른 산천에 조상들의 숨결이 아름답게 서려있네 하늘에 절반쯤 올랐다 하여 이름 붙여진 반등산(半登山) 해설사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귀에 솔깃하네 산적으로부터 보쌈당한 새색시가 신랑이 오기를 염원하며 사흘을 기다렸지만 결국 오지 ..
고창 선운산에서 고창 선운산에서 백제 땅 도솔산에 비 그치고 선운사에 길손이 찾아드니 산문에 불어오는 천년의 향기 고즈넉한 숲길 따라 시인묵객의 가슴을 스쳐간 검단선사의 영겁의 노래 찻잔에 그윽하게 번져가고 암자 툇마루에 걸터앉아 산봉우리 타고 노는 구름 바라보니 신선은 어디로 가버리..
소나무 숲길에서 소나무 숲길에서 -‘김냇과’에 걸린 소나무 숲길 사진작품을 보고 천년 세월에 녹슨 침묵이 이끼처럼 깔린 저 길을 지나간 이는 누구던가 여기에 꿈결같은 첫 사랑을 놓아두고 오늘 늙은 염소 한 마리 끌고 가는 아, 바람이여 행려병자여...
머~언 길 머~언 길 노을이 내려앉는 산 모퉁이 한 줄기 길이 서서히 지워지는 무한 공간 까마귀떼 무리지어 날아간 피안으로 죽음처럼 머~언 길을 가고자 한다 거기, 환생의 샘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