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338) 썸네일형 리스트형 늦봄 참회록 늦봄 참회록 소유할 수 없는 너를 탐했던 나를 용서하라 머-언 젊은 날 복사꽃 닮은 너를 홀리듯 마음에 품었던 나를 용서하라 떠나간 뒷모습을 지우지 못하고 수평선 너머 멀미나는 그리움 안고 붉은 노을에 침몰하던 계절이여 비에 흠뻑 젖어 비틀거리던 흑백의 뒤안길에 뚝뚝 떨어지는.. 경주의 봄 경주의 봄 봄은 만물의 축제가 열리는 장터 천년 풍상이 스쳐간 경주 고을에 묵은 역사의 향기 방죽가 물살 넘실대고 한 겨울 외로웠던 나무들 꽃등을 켜고 반갑게 임을 맞이하네 흰 연기 피어올리며 닭울음소리 귓전에 들릴 것만 같은 옛 궁궐터 지금은 아득히 사라지고 허공같은 덧없는.. 발산마을의 봄 발산마을의 봄 1. 스님의 바리때를 엎어놓은 듯 둥근 마을 발산(鉢山)에 가보았나요 도시 속 시골이라 봄도 시골스럽네요 산머리에 화관처럼 앉은 과수원에 매화 한 그루 시절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꽃망울을 푸네요 산비탈 길을 따라 시누대밭에 잠든 고양이 바람난 봄바람이 슬쩍 건드리.. 봄비 봄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새벽 네 시쯤 대지의 시계바늘이 째깍 째깍 잠결에 들었던 발자국 소리 혹여 문밖에 누가 왔을까 어젯밤 보았던 귀밑머리 소녀 안개꽃 자욱한 들판을 가로 질러 눈이 쌓였던 산비탈에 뒷모습 멀어져간 신작로에 오래된 마을 우물가에 추억처럼 왔다가는 .. 설산(雪山) 설산(雪山) 산이라도 매양 같은 산이 아니다 제 몸으로 일어선 게 청산(靑山)이라면 하늘이 세운 게 설산(雪山)이다 청산을 오르는 인자(人子)여 계곡 구르는 바위에 네 영혼을 부딪혀라 먼 훗날 분분히 흩날리는 진눈깨비가 되어 설산에 돌아오리니 산 아래 중생들이 면벽한 설산을 오르.. 귀가(歸家) 귀가(歸家) 높은 언덕에 낮게 웅크린 토막집 시린 옆구리 뚫고 겨울 눈보라가 밀려온다. 녹슨 철문 열려있는 빈집 마당 인적없는 쪽방 묵은 창문 넘어 길 잃은 눈송이 몇 점 길손인 양 기척을 낸다. 한 겨울 시오리길을 걸어온 집배원 문패 이름 희미한 편지 놓고 사라지는 등 뒤로 누군가.. 산 산 산은 제 홀로 빈 그림자를 안고 밤을 지새운다 달빛 전설을 계곡에 흘러 보내고 부엉이 울음소리에 바위 귀를 세운다 먼 동이 트는 걸 푸른 가슴으로 깨치며 오늘도 변함없이 사람의 마을에 흰 길을 연다. 가을 나그네 가을 나그네 여름 태양은 어디론가 흘러가고 낯선 도시에 노오란 나무숲 그림자 사이로 이방인들이 저마다 저문 계절의 길을 따라 남몰래 뿌려진 불온한 추억의 삐라를 읽고 있다. 시대를 관통해온 폐선의 철길을 걷는 나그네 사라진 간이역 한 구석에 시들어버린 국화가 기적소리 없는 ..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