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338) 썸네일형 리스트형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10)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10) 그녀의 집은 ‘스튜디오’라 불리우는 일종의 원룸이었다. 파리의 주택들은 대부분 주상복합건물이다. 1층은 상가나 사무실로 사용하고 2층 이상은 주거용으로 쓰인다. 그녀가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커튼이 닫힌 거실과 방이 주인을 반겼다. 실내에 있는 물건이라고는 침대와 옷장이 고작이었다. 그녀는 오랜 여행으로 몸이 땀에 젖었는지 샤워를 하고 싶다며 서둘러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가 불편해할까봐 창가 쪽으로 다가가 커튼을 젖히고 창밖 풍경을 살펴보았다. 맞은편 건물 창가에 붉은 색 꽃이 핀 화분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건물 벽 사이로 철길이 보이고 공동묘지가 절반쯤 보였다. 때때로 기차들이 덜컹거리는 소음과 함께 긴 꼬리를 끌고 지나갔다. 나는 묘비가 줄..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9)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9) 우리는 7시간의 긴 기차여행을 마치고 파리 동역에서 내렸다. 파리는 중앙역이 없고 대신에 여러 방면으로 역이 분산돼 있다. 역 광장을 나와 파리 시내 그녀가 사는 곳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이동했다. 지하철 입구에서 10개 묶음으로 승차권을 파는 사람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승차권을 사기 위해서는 자동판매기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묶음으로 사면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판매하는 사람은 할인된 금액만큼 차익이 생겨서 이득이 되는 것이다. “묶음 승차권을 파는 사람들은 대체로 불법 이주자들이 많아요”라고 그녀가 귀뜸해주었다. 나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그 사람으로부터 승차권을 구입했다. 파리의 지하철은 개통된 지 100년도 훨..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8)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8) 열차가 독일 국경을 넘어 프랑스 영토로 진입했다. 국경을 넘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이뤄졌다. 분단국가에 살아온 나는 비행기가 아닌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김대중 정부 시절 금강산관광을 위해 유람선을 타고 국경을 넘었던 적이 있다. 강원도 고성항에서 배가 출항해 밤 사이 공해상에서 머물렀다가 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북한 땅에 내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열차가 국경을 넘자 검정 베레모를 쓴 여러 명의 군인들이 총을 든 채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점점 다가오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는 그녀가 일러준 대로 군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차창 밖으로 향했다. 그런데 군인 한 명이 내게 여권을 보여줄 ..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7)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7) 도시에서 있었던 일들을 테이프 되감듯이 더듬어보는 사이에 어느덧 시간이 흘렀던지 그녀가 방문을 노크했다. 새벽 기차를 타러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바라보았으나 시내 거리는 아직 어둠 속에 고요히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미리 정리해둔 슈트케이스를 끌고 그녀와 함께 기차역으로 향했다. 비록 사흘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도시와 정이 들었던지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호텔과 기차역과의 거리는 걸어서 고작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플랫폼에 잠시 기다리니 곧 기차가 다가와 멈춰 섰다. 그녀와 나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마주 앉아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긴 머리에 그린 베레모 모자를 쓴 그녀가 귀여운 표정으로 살짝..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6)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6) 밤늦게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각자의 방에서 짧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이른 새벽 파리행 열차를 타야 하므로. 프라이부르크에서 파리까지는 꽤 먼 거리이다. 정확히 몇 킬로미터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의 말을 빌리면 3번씩이나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고 했다. 한 번만 갈아타는 코스도 있으나 그럴려면 대기 시간이 길어서 차라리 여러 번 갈아타는게 낫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강행군으로 인해 몸이 지쳐있었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서 뒤척거리며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며칠간 머물렀던 이 도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처음 기차역에서 내려서 호텔로 가는 길을 묻기 위해 지나가는 역무원에게 말을 걸었을 때 그는 본채만채하며 휙 사라져버린 게 마음에 걸렸..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5)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5) 프라이부르크를 떠날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붉은 장막이 도시 건물들과 숲을 컴컴하게 덮어버렸다 마술처럼 도시는 짙게 화장한 여인의 얼굴처럼 딴 세상으로 변했다 우리는 조명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거리를 걷다가 맥주집에 들어가 회포를 풀기로 했다 독일에 온 여행자라면 떠나기 전에 소시지와 수제맥주를 맛보는 것이 필수이니까.... 시내 중심가에는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파는 양조장 맥주집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는 반지하 허름한 술집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흐릿한 불빛 아래 젊은이들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우리는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며 맥주잔을 들어 건배를 하였다 생맥주 맛이 일품이었다 소시지는 짠맛이 느껴졌으나 안주로서는 잘 어울렸다 그녀의 눈빛이 조명..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4)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4) 다시 프라이부르크로 돌아온 우리는 시내로 잠입해 적진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대상지역은 보봉(Vauban)지구로 독일 제3제국 당시 독일군 병영(1932~1934)이 있었던 곳이다 그리고 2차대전 이후 1992년 독일통일 때까지 연합군 소속 프랑스군 5천 명이 주둔한 곳이다 그녀는 미리 가져온 지도를 바탕으로 지형과 시설물들을 하나씩 파악해나갔다 그런데 보봉지구는 독일통일과 함께 프랑스군이 철수함으로써 병영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대신 신도시로 탈바꿈해 있었다 보봉신도시는 거주인구 5천명을 목표로 1998년 착공해 2007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건설되었다 사전에 계획된 신도시답게 녹지가 충분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사용과 편리한 교통망, 공원 등 쾌적한 환경을..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3)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3) 우리는 도시 골목을 벗어나 흑림(black forest)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가 탄생한 장소로 유명한 흑림은 빽빽한 침엽수림 지대로 대낮에도 짙은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컴컴한 밤중 같았다 그녀는 보디가드답게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사방을 훑어보았다 수상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나무들 사이로 어스름히 비추는 햇살이 잔잔한 호수의 물결을 바라보는 것처럼 평화로웠다 그리고 가을산의 정취와 아늑함이 기분을 들뜨게 했다 굽이굽이 숲속으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가다가 외딴 마을 프라이암트에 다다랗다 그녀는 마을 입구에 작은 교회를 닮은 아담한 흰색 건물로 나를 안내했다 나무 계단을 밟고 2층으로 올라가자 거기에는 여자 성주(mayor.. 이전 1 2 3 4 5 6 7 8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