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658)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을비 가을비 편지가 녹슨 대문 사이에 끼워 있었다 좀처럼 연락이 닿지 않은 그녀로부터 오랜만에 부쳐온 안부가 접힌 채 가을비를 맞고 있었다 오래 전이라 기억도 나지 않는 얼굴도, 때로는 가슴속에 차오른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는 그녀를 꿈속에서 만난다 가을비는 그렇게 소식을 안고 내 기억의 틈새에 안부를 전한다 계절은 우리를 어느 희미한 추억의 숲으로 데려간다 가을비가 낙엽 위에 그녀의 발자국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혹시, 억새꽃 피는 남도에 가면 가을비에 젖은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요. #가을비 #편지 #안부 #추억 #낙엽 벚꽃 벚꽃 다시 그 시절의 강가에 앉아 귀 기울여 그대 목소리를 듣는다 징검다리 저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 타고 안개는 자욱이 그리움을 풀어놓는데 세월의 강은 조약돌 추억만 남기고 하얀 계절 속으로 기억들을 밀어 넣는다 목말랐던 젊은 날 뜨거운 가슴이 가라앉아 모든 언어들이 수평선처럼 균형을 이루는 시간에 저 먼 데서 살아오는 눈부신 꽃을 아는가 그대여... 하롱베이에 와서 하롱베이에 와서 바다에 솟은 3천개 봉우리들이여 그대들이 우뚝 선 것은 그대들의 힘이 아니다 억겁의 세월동안 몸굽혀 머리를 부딪혀 옹위해온 파도의 힘이다 푸른 투구를 쓴 전사들이여 그대가 위엄을 부리는 것은 그대의 호령 때문이 아니다 검은 이끼 두르고 외로운 시간을 지탱해온 바위섬의 겸양때문이다 점점이 소실되어가는 작은 섬 그들도 한 때는 거산이었거늘 그들은 침묵하고 있으나 흔들리지 않으리니 두팔 벌려 맞아준 하롱베이여, 순간의 추억만 남아 내 마음에 부표처럼 떠있을터이니 삶이란 돌아서면 늘 그리움일 테니.... 베트남 하노이(河內)에 와서 베트남 하노이(河內)에 와서 시간이 채색된 도시의 미로에 발을 내딛으며 비로소 여행자가 된 느낌, 이 기분을 마음에 담아서 카페에 앉아 엽서라도 쓰고 싶은 그런 느낌 노트르담 성당을 본떠서 지었다는 성당을 올려다보며 하노이가 아닌 유럽의 어느 도시에 온 듯한 착각 일상을 벗어난 여행의 기쁨이란 이런 것이구나 바가지를 긁어대는 옆에 있는 사람을 첫사랑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마법에 스스로 놀란다 길거리는 과거와 현재가 뒤엉켜 저마다의 시간을 달린다 인력거를 끄는 사람과 여행자를 싣고 전기차 카트를 몰고가는 여인 그 틈새를 뚫고 길을 여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들 지구상의 모든 인종들이 한데 모여서 저마다의 언어로 웃고 떠들고 서로 서로를 훔쳐보며 기쁨에 펄럭인다 상가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숍들은 형형색색 이색적.. 달과 구름 달과 구름 달과 구름의 인연으로 만났으니 슬퍼 말아요 흘러가는 뒷모습이 꿈인 듯 아득해도 짧은 포옹의 순간은 꽃밭으로 환했으니 천둥이 쳐도 눈물짓지 말아요 여름비 내린 산에는 하얀 물안개 말갛게 씻기운 나무 사이로 흐르는 푸른 목소리 살아서 아름다운 이 순간을 자갈밭 돌들도 보석처럼 빛나거늘 야윈 세월 추억의 거리를 맴돌던 그대 노랫소리 들려오면 호리병 속으로 불러들이는 마술을 배워야 할까요. 그 길 위에서 그 길 위에서 차에 부딪힌 별을 고추밭에 묻고 돌아서던 길 그녀와 헤어진 후 어둠 속에 고양이처럼 웅크렸던 길 사직서를 남겨둔 채 낡은 가방을 메고 허우적대며 내려오던 길 그 길 위에 아득히 눈이 내리고 나의 발자국이 판화처럼 찍혀있다 그 길 위에 한 그루 양버즘나무 늦은 계절을 태우고 있다. 가난한 날들이 그리운 까닭은 가난한 날들이 그리운 까닭은 벽틈새에 밀려드는 찬 기운이 나를 깨울 때 된바람에 그슬린 새벽 별빛은 거룩하다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어머니의 리어카 바퀴 소리가 아득히 들려온다 나에게 찾아온 가난한 성자여, 나이가 들면 노여워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다 되돌아보면 모두가 축복의 날이었음을... 가을은 만남의 계절 가을은 만남의 계절 어느 시인의 싯구처럼, 가을은 만남의 계절이다 가을로 초대하는 코스모스가 온 들판에 널려 있다 그 코스모스 길을 따라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 강어귀 플라타너스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오후 벤치에 앉아 느린 강물을 바라보는 한 여인이 있다 가는 귀밑머리가 석양빛에 반짝거리고 희고 갸름한 실루엣이 억새풀 향기가 난다 젊은날 처음으로 보낸 러브레터의 주인공처럼 그녀가 어떤 모습일지 심쿵해지는 계절, 가을에는 추억속 누구가를 만나러 가야 한다. 이전 1 2 3 4 ··· 20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