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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따며 감을 따며 화순 춘양면 대신리 산중턱 고추밭 언저리 감나무 몇 그루가 가을하늘을 이고 서 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먼저 흙이 되시자 외로우실까봐 감나무를 심으셨다 가을빛 고운 날 까치가 날아와 세상 소식 전해달라고 생전에 그토록 열심히 감나무를 가꾸셨다 이젠 아버지도 어머니 곁에 나란히 누워계시고 까치만 날아와 붉은 홍시감을 쪼고 있다 나는 긴 장대로 감잎을 이리저리 헤치며 속절없이 감을 따고 있다 올해는 가을빛이 왜 이리 고운지 감마다 아버지, 어머니 웃음이 환하구나.......
가을강에서 가을강에서 어느 암자에서 스쳐간 인연인 듯 그리운 님의 뒷모습이 이렇게 먹먹하게 가랑비처럼 가을강에 한땀 한땀 파고드는가 숨가쁘게 멀어진 계절의 뒷마당에는 수취인불명의 편지들이 코스모스로 펄럭이고 내가 밤세워 썼던 답장들은 낙엽이 되어 구르네 나는 강가 마로니에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잔물결이 전해주는 미완의 문장들을 해독하느라 붉은 노을 사이로 되돌아오는 새떼들을 알아채지 못하고 퇴적된 모래톱에 쳐박혀 죽은 물고기들을 의심하네 낚시꾼들이 비에 젖은 채 물결따라 흘러가고 대신 떠오르는 건 울긋불긋한 수초들 내 마음 강물에 비추이면 몽실몽실 피어나는 옛 추억 그리운 것들이 흐렁흐렁 모여드는 가을 황룡강.
거울 거울 어느 날 거울 속에 아버지가 보였다 깜짝 놀라서 자세히 보니 내 모습이었다 절대 아버지를 닮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했는데 어느새 아버지의 초상(肖像)이 되어 있었다 적적한 마음에 노래를 불렀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아버지의 구성진 가락을 따라부르고 있었다 식탁에서 내 젓가락이 자주 가는 반찬들은 생전에 아버지가 즐겨 드시던 것들이다 오늘도 거울을 들여다보면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의 빈 자리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을 거울은 말없이 비춰주고 있다.
뽕뽕다리 뽕뽕다리 -박준수 뽕뽕다리에 바람이 분다 발산 언덕에 복숭아꽃 피고, 노오란 장다리꽃 춤을 춘다 순이야, 너는 오늘도 학교 대신 방직공장 가는 길이냐 교복 대신 하늘색 블라우스를 입고 유난히 하얀 얼굴로 무등산 햇살 바라보며 다리를 건너서, 청춘을 건너서 희고 보드라운 솜털같은 풋사랑을 가슴에 품고 왼 종일 윙윙거리는 방적기 앞에서 희망의 실을 잣느라 손길이 분주하구나 순이야, 광주천 물살처럼 아스라이 멀어진 너의 10대 시절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새로 놓여진 뽕뽕다리에 돌아와 한 세월 돌아보면 강물에 비친 그리운 얼굴들 만날 수 있을까 물 위에 달빛처럼 그날의 환한 웃음 맞잡을 수 있을까
이사 전야(前夜) 이사 전야(前夜) -박준수 이사하는 게 그냥 몸과 짐만 옮겨가는 게 아니구나 낡은 가구와 덜컹거리는 세탁기와 읽다 만 시집 몇 권쯤 챙기면 그만인 줄 알았더니, 퀴퀴한 옷장에 갇힌 구멍 난 스웨터와 곰팡이 핀 잠바 그리고 빨랫줄에 널어둔 양말 몇 켤레 주섬주섬 담으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아내가 고이 모셔둔 춘란화분 몇 개 품에 안고 관리사무소에 관리비 정산하고, 가스 밸브 잘 잠그고 나가면 그 뿐일 줄 알았는데 자꾸 자꾸 캥기는 게 있다, 생각나는 게 있다 새벽 잠결에 들려오는 닭 울음 소리와 하루 서른 아홉 차례 지나가는 기차 소리와 철마다 바뀌는 무등산의 그림같은 풍경과 구름 사이로 옅은 미소를 보내는 보름달의 순정을 어떻게 챙겨서 가져가야 할지, 이 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친구여, 이제 집 주소를 변경해야겠네 무제 친구여, 이제 집 주소를 변경해야겠네 현재의 주소로 누군가 편지를 부친다면 아마도 수취인 불명이 되어 반송될 것이네 지난 2년간 메마른 흙바람이 종일 불어와 나의 창가를 맴돌던, 스스로를 유폐했던, 망루를 내려갈려고 하네 높은 곳에서 지상의 일들을 회상하는 일은 뜬구름 잡는 것처럼 부질없지만 그리웠던 추억들을 지우고 싶지는 않네 이육사의 시 ‘광야’에서처럼 목놓아 노래하고 싶은 초인은 만나지 못했지만 새벽 닭울음 소리에 악몽을 떨치는 날이 많았고 덜컹거리는 기차 바퀴 소리에 마음 한 조각을 실어 보내기도 했네 성당 종소리 아득히 울려오는 주일 오후에 나의 과오를 고백하는 순종의 시간도 강물처럼 먼 바다로 흘러갔을 터이니 안개비 가득한 광야에 젖은 물푸레 나무처럼 푸른 기억 흩날리며 나의 죄를 사할 ..
철도문화의 숨겨진 보물, 광주 극락강역 철도문화의 숨겨진 보물, 광주 극락강역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광주시 광산구 신가동에 일제강점기에 개통한 극락강역이 100년의 시간을 품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뒤안길 한 켠, 아담한 역사(역건물)를 비롯 잘 정돈된 화단과 철조망 담장 너머 키 큰 나무들이 마치 비밀정원에 들어온 느낌이다. 동화 속 그림처럼 예쁘고 아담한 이 역을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꼬마역’이라 부른다. 1922년 7월 남조선철도 간이역으로 영업을 개시한 극락강역은 역장 관사 건물 등 옛 시설 일부가 아직 남아 있어 호기심을 자아낸다. 역사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관사건물은 현재 민간에 매각되어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으나 일제 적산가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극락강역은 맞배지붕을 한 역사건물과 부속..
6월말 외환보유액 4.7억 달러 증가 6월말 외환보유액 4.7억 달러 증가 -미달러 환산액 및 외화예수금 증가 영향 -보유액 세계 9위… 1위 중국, 2위 일본 2023년 6월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214.5억달러로 전월말(4,209.8억달러) 대비 4.7억달러 증가했습니다. 증가 요인은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및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증가에 주로 기인합니다. 외환보유액은 유가증권 3,756.4억달러(89.1%), 예치금 215.6억달러(5.1%), SDR 147.4억달러(3.5%), 금 47.9억달러(1.1%), IMF포지션 47.2억달러(1.1%)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23년 5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홍콩에 이어 세계 9위 수준이며, 1위는 중국, 2위는 일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