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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어등산 가을 어등산 8월 마지막주 일요일 오후 어등산 산행을 다녀왔다. 퇴직 후 스스로에게 다짐한 것 가운데 하나가 산을 가까이 하는 일이다. 무료한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고 싶다면 산행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직장을 다닐 때는 피곤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산행을 하기가 쉽지않다. 하지만 백수생활을 시작하면서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 등산하기가 훨씬 용이해졌다. 어등산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입구 초입부터 가파른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한달 전만 해도 계단을 오르고 나면 숨이 가쁘고 기진맥진했으나 그동안 여러번 오르고나니 이제는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오늘도 평지를 걷듯이 가볍게 정자까지 단숨에 도달했다. 이곳에서 잠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 본..
가을날에 가을날에 가을은 폭풍을 몰고 오기도 하지만 오색 색종이를 뿌리며 온다 인생 역시 그러하였으리라 절망으로 가득 찬 순간 나 홀로 먹구름 속에서 갇혀 울기도 하고, 비 갠 대지 위에 걸린 무지개 바라보며 금빛 햇살에 가슴 벅찬 환희의 날개 펼쳤던 날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일상을 살아가며 지우고 싶은 기억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여,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듬고 애써 희망을 노래하지 말라 그리고 아파하지 말라 계절은 신의 섭리를 전하는 사도일 뿐 내리치는 폭풍우가 걷히고 나면 들판에 다시 꽃들이 만발할 터이니....
나무들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인다 나무들은 서 있는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 것이다 요즘 틈이 나면 산에 자주 오르려고 한다. 처음엔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게 고통스러웠지만 최근 한 달 새 여러 번 등산을 하다보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오르막에 대한 울렁증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산을 오를 때마다 조금씩 다리에 힘이 붙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그간 갈등하면서 걸었던 등산길이 이제는 좀 폼이 잡힌거 같다. 나의 리듬대로 걸으며 주변을 살펴보는 여유가 생겼다. 요즘 우리나라 산들은 대체로 빽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등산로가 아니면 숲속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라는 말이 있는데 수긍이 간다. 오늘 어등산 등산을 하면서 숲속의 나무들을 유심히 살펴보..
김대식 시인 첫 시집 ‘산 넘고 물 건너’ 출간 김대식 시인 첫 시집 ‘산 넘고 물 건너’ 출간 관광버스 기사로 일하며 틈틈이 시작 활동 순수하고 서정적인 언어로 인생애환을 노래 관광버스 기사로 생업을 영위하는 김대식 시인이 등단 이후 첫 시집 ‘산 넘고 물 건너’(도서출판 서석)를 펴냈다. 순천 송광 이읍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어린 시절 친구가 중학교 입학선물로 사준 시집을 가슴에 품고 다니며 표지가 다 닳도록 읽으며 시인의 꿈을 키워온 문학소년이었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형편에다가 성인이 되어 다니던 회사마저 IMF로 어려워져 구조조정을 당하는 등 시련을 겪으며 문학과 멀어져야 했다. 그러다 관광버스 기사로 일하면서 문학답사에 나선 문학단체와 인연을 맺게 되어 2013년 아시아서석문학에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시작(詩作) 활동을 시작한 ..
서재에서의 낯선 일상 서재에서의 낯선 일상 명패를 내려놓고 명함을 지웠다 그리고 순수한 시간의 자리로 돌아왔다 반겨주는 이는 벽에 기대인 책들뿐 그리고 창에서 흘러들어오는 세상의 소리들 창밖은 그저 풍경화처럼, 아니 영화처럼 흘러간다 나는 이제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일 뿐이므로 책들은 간택을 기다리는 들꽃과 같다 저마다 어여쁜 이름과 향기를 품고 있다 그들은 나의 손길을 기다리며 대화 나누는 걸 좋아한다 그들은 나에게 기호로 세상의 비밀을 전해 준다 그래서 나는 화장실에서 신문 대신 문학계간지를 읽는다 읽고 쓰는 습성을 버리지 못했으므로 기호를 맞추고 해석하고 버무린다 책상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간혹 하늘에는 비행기가 장난감처럼 날아가고 호롱불을 켠 기차가 쇠바퀴를 굴리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책들이 빽빽이 숲을 이룬 서재에는..
만연산에 올라 인생교훈을 얻다 만연산에 올라 인생교훈을 얻다 잘 알지 못하고 선택한 길은 힘든 고생길이 된다 퇴직 후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데는 등산만큼 좋은 게 없다. 가파른 산길을 오를 때 다소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야 운동효과도 있고 인내심도 길러진다. 어제는 화순 만연산(해발 668m)을 찾았다. 수만리 큰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계곡 아래에 정자를 중심으로 데크길을 만들어 놓은 공원이 있었다. 잠시 이곳에 들러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여러 가지 수종과 화초를 심어놓은 거 같은데 여름이라 온통 초록색 천지였다. 작은 연못에는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다시 주차장을 거슬러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오늘 등산코스는 등산로 입구 정자에서 출발해서 전망대를 거쳐 만연산 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대략 왕복 6..
이미 산속은 가을, 밤송이가 떨어진다 -어등산 등산기 이미 산속은 가을, 밤송이가 떨어진다 퇴직으로 인해 자유인의 삶이 시작되었다. 매일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지 않아도 된다. 또 주중에 골프도 즐기고 등산도 할 수 있어 좋다. 퇴직 후 가장 많이 한 일이 등산이다. 그중 집 근처에 있는 어등산을 자주 오르곤 한다. 나는 젊은 시절 산을 무척 좋아했다. 마음이 혼란스럽거나 새로운 다짐을 할 때면 언제나 무등산을 찾곤했다. 최근 광산구로 이사오면서 이제는 어등산이 나의 친구가 되었다. 8월 어느날, 오늘도 나홀로 어등산을 향한다. 차로 5분 쯤 가면 광주여대 뒤편 등산로 입구에 도착한다. 어등산 등산로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등산로 안내판에는 9개 코스가 있으나, 주 코스는 동자봉 초입-산정약수터 삼거리-(전..
용추폭포에서 용추폭포에서 덧없는 한 세월을 부려놓고 마음이 허한 탓일까 칠월 끝자락에 마음이 산으로 향한다 산은 무수히 많지만 유독 마음이 끌리는 산이 있다 그리고 발길이 향하는 산길이 있다 구름이 아무데로 흐르지 않듯이 머물고픈 봉우리가 있다 용추폭포에 올라 세파에 찌든 오욕(五慾)을 씻어나 볼까 제2수원지 샛길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흑림(黑林)속으로 나아간다 산비둘기와 다람쥐가 낯선 인기척에 놀라 몸을 숨긴다 가뭄에 목이 마른 저수지는 거무튀튀한 모가지를 드러내고 누워있다 익사한 고사목이 앙상한 가지를 뻗은 채 목판화 풍경을 찍어내고 있다 길은 계곡을 따라 무등의 품으로 안겨든다 졸졸 흐르는 계곡물이 숲과 어우러져 푸른 기운을 내뿜으며 내 마음에 맑은 정화수 한 그릇을 올려놓는다 물가에서 사람들이 정담을 나누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