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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사라진 뒤 아카이브 구축 무슨 소용 있나(수정) 칼럼-문화재 사라진 뒤 아카이브 구축 무슨 소용 있나 최근 수년간 광주·전남지역에서 역사의 숨결이 깃든 근대문화유산들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행정당국의 무관심과 도심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혹은 보존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사례가 부지기수이다. 근래 20년 사이 광주에서만 보존가치가 높은 근대문화유산 100곳중 20곳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 광주시가 ‘근대문화유산 전수조사’ 실시 당시 100곳에 달하는 근대건축물이 있었지만 현재 이 중 20곳이 철거된 상태이다. 철거된 건축물은 조대부고 본관, 전남경찰청 민원실, 조흥은행 충장지점, 뉴 계림극장, 현대극장, 수피아여중 특별교실, 송정극장, 대우전기 등 20곳이다. 현재 남아 있는 곳 마저..
봄 기차(수필) 봄 기차 코로나19 영향으로 계절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인지 봄이 더디 오는 것만 같다. 겨우내 회색빛으로 물든 도시 아파트에 갇혀 있다보니 코로나블루가 더욱 심해지는 듯 싶다. 어떻게 하면 봄을 먼저 느껴볼 수 있을까 궁리하던 끝에 기차를 타고 봄이 오는 길목인 남쪽으로 마실을 떠나기로 했다. 지난 주 일요일(3월14일) 오전 10시 경전선 열차를 타러 광주 효천역에 도착했다. 대합실에는 이미 대여섯명의 승객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핏 보니 대부분 60대가 넘는 중년들로서 부부동반 모임이었다. 아마도 학창시절 열차를 타고 통학하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봄의 낭만을 느껴보기 위해 나선 것 같았다. 열차 도착 시간에 맞춰 플랫폼에 나가니 얼마지나지 않아 경전선 열차가 3칸의 객차를 달고 ..
“내 삶은 나무와 같다”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은 나무와 같다” 혹독한 추위를 지난 후에야 꽃이 피듯이 역경을 겪고 난후 나에게 늘 행운이 찾아왔다 뒤늦은 열매는 없었다 때가 되면 꼭 결실이 맺어졌다 햇빛과 비와 바람이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세상은 칼바람이 불기도 하지만 따뜻한 훈풍이 불기도 한다.
봄 기차 봄 기차 봄 기차는 굴렁쇠 바퀴 굴리며 온다 뙈~왜 기적소리와 함께 보슬비 뿌리고간 자리에 파릇파릇 돋아난 어린 이파리들 지난 겨울이 웅크리고 있던 들판을 한 뼘 밀어 올린다 그녀를 태운 기차가 간이역을 스쳐간다 보드라운 손으로 보리순 캐던 순이 얼굴이 흐린 차창에 맺힌다 철길 가에 좌판을 펼치는 봄꽃들 간수를 대신해 풀잎같은 깃발을 흔들며 멀어지는 건널목의 풍경을 환송한다 철교 아래 느릿느릿 흐르는 드들강 강물 수줍은 듯 입술에 엷은 미소를 띤 채 쇠바퀴 소리에 귀 기울인다
전방·일신방직, 역사인식과 기억의 관점에서 살펴야 전방·일신방직, 역사인식과 기억의 관점에서 살펴야 광주시 북구 임동 일대 7만평에 들어선 전방·일신방직 공장 보존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에 가동을 시작한 전방·일신방직 공장은 설립 당시 지어진 화력발전소, 집진시설, 고가수조(물탱크), 저수지, 목조공장 건물 등 80년 이상 된 근대산업유산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지난해 개발을 염두에 둔 한 부동산개발업체로부터 매수가 추진되면서 해당 시설의 문화재적 가치와 개발범위를 놓고 광주시와 개발사업자간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광주시는 현재 각계가 참여한 ‘전방·일신방직 공장부지 협상대상지 선정검토 전문가 합동 기획단(TF)’을 운영해 근대 건축물인 화력발전소, 보일러실, 수조, 국기게양대 등을 보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
당신의 영혼을 어지럽혀서 미안해요 당신의 영혼을 어지럽혀서 미안해요 누군가에게 슬며시 텔레파시를 보내지 마세요 그건 불장난이예요, ‘어이없다’는 말을 들을 거예요 왜 파도가 되려하나요 육지에 닿을 수도 없는 나비들의 무수한 날개짓을 꿈꾸는가요 어차피 당신은 해변의 우체통이 될 수 없어요 새들이 창공을 무리지어 날아가네요 당신의 영혼을 어지럽혀서 미안해요 꿈속에서라도 당신의 영혼을 어지럽혀서 미안해요 그대 아름다운 꽃향기에 취해 나의 영감을 팔려고 했어요 어차피 나는 당신의 이름을 알 수 없어요 이제 커튼을 내릴려고 합니다 이 밤에 나의 길 한 줄을 오래도록 써내려 합니다 당신의 영혼을 어지럽혀서 미안해요.
자치분권시대 지방신문의 역할과 생존방안 자치분권시대 지방신문의 역할과 생존방안 코로나(COVID19) 상황이 1년 이상 계속되면서 이른바 언택트사회(untact society)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소비와 유통은 물론이고 학교 수업을 비롯 직장에서의 회의·교육 심지어 공연·축제마저 비대면 비율이 월등히 높다. 일상생활 전반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디지털전환 이중고 그 밑바탕에는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없었다면 언택트사회는 가상세계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이처럼 비대면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기업들은 조직체계를 디지털전환에 초점을 맞춰 변화시키고 있다. 그간 종이에 정보를 실어 판매해온 신문사 ..
3월의 빗소리 3월의 빗소리 똑 똑 늦잠을 자고 있는 나를 누군가 깨우고 있네요 봄이 왔노라고 이제 그만 일어나 창밖을 보라고 페르세포네* 그녀가 나를 부르는 소리, 봄비가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와 나의 몽롱한 의식을 핥고 있네요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는 겨울의 묵은 더께를 씻겨 내느라 때론 굵게 때론 부드럽게 이곳 저곳을 어루만지다가 툭툭 대지에 노래 한소절이 되어 꽂힙니다 무심한 표정으로 칼바람에 마주했던 대지에 다시 시간이 흘러듭니다 강가 물푸레나무가 그리운 기억을 피워올립니다 명부의 겨울을 도망쳐온 기차가 기운차게 하데스*를 무너뜨리고 달려옵니다 철도원이 푸른 깃발을 흔들며 수신호를 보냅니다 3월은 그렇게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제 기차에서 내려 봄꽃들을 맞으러 가야할 차례입니다. *페르세포네:봄처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