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338) 썸네일형 리스트형 유리궁전 유리궁전 밖은 온통 꽃 세상인데 유리창마다 사람들이 갇혀 있다 꽃들은 다투어 피고, 시냇물 소리 청량한데 유리 안에서 그저 바라볼 뿐 자연과의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었다 한때 유리궁전은 동화처럼 아름다웠으나 지금은 공주도 마차도 없다 감옥처럼 사방이 꽁꽁 잠겨있다 결국 4월.. 다시 들판에서 다시 들판에서 어둠이 밀려난 집 마루에 새벽별이 떨어진다 샘물은 다시 눈을 뜬 채 하얀 입김을 피어 올린다 어머니의 마른 기침소리가 꿈속의 나를 깨운다 홑겹으로 지새운 방을 나와 칼바람을 향해 달린다 푸르스름하게 무서리 깔린 겨울 들길은 성자의 눈빛처럼 빛나고 고요하다 순.. 광주천의 봄 광주천의 봄 코로나19 두려움 속에서도 봄은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봄은 어디서 오는가 겨울의 등 너머에서 오는가 아니면 무등산 계곡으로부터 내려오는가 오늘은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점심 때 광주천 산책로를 거닐다가 문득 봄과 마주쳤다 연록색 옷으로 단.. 사물이 기울어 보일 때 사물이 기울어 보일 때 사물이 기울어 보일 때 새들은 그 수평선에 앉아서 세상을 본다 저 많은 선들이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팽팽히 드리워져 있는 것은 새들의 믿음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겨우내 눈보라에도 기울어진 비탈에 서서 언덕을 노오랗게 물들이는 개나리는 봄이 오리라.. 한재골에서 한재골의 봄 -박준수 눈보라 휩쓸고 간 병풍산 산마루에서 아득히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백제군사 재 넘어 오는 함성 소리 봄은 복병처럼 나타나 불쑥 꽃망울을 터뜨리고 내 가슴에 핏빛 화살을 쏜다 계곡에 켜켜이 쌓아둔 설산의 비밀은 산산이 부서져 산 아래로 흩어지고 엄동설한 심장.. 초원파크 초원파크 양동 발산마을 비탈진 골목길을 오르면 아득한 유년 시절 추억이 노란 장다리꽃으로 피어 하늘거린다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언덕에는 풍경처럼 푸른 초원파크가 있다 저만치 광주천 여울이 흐르고, 고개를 들면 무등산 이마가 성큼 와닿는 키다리 아파트에는 신혼의 단꿈이 흰.. 까마귀의 고향 까마귀의 고향 까~악 까~악 이방의 언어로 노래하는 까마귀의 고향은 시베리아 아무르강 빗살무늬 토기 굽던 머 언 옛날부터 남쪽나라 햇볕 그리워 겨울이면 수만 마리 떼지어 한반도 비아 땅에 찾아 왔네 어쩌면 이곳은 그들의 조상들이 다녀갔던 유랑의 땅 영산강 굽이굽이 흐르는 향.. 오성산에 올라 오성산에 올라 무등산 자락 굽이친 화순 오성산에 오르니 소백산맥의 묵직한 등짝이 옴팍지다 첩첩하지도 용렬하지도 않은 넉넉한 품안 예로부터 한 여인네의 간절한 기원이 있어 생명을 살리는 신령한 기운이 느껴지네 산등성이 오솔길에 소나무, 단풍나무 향기롭고 봄이면 살구꽃 만..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