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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야촌 신야촌 스무살 내 청춘의 시간이 머물던 곳 신야촌에는 보랏빛 설레임과 푸른 창공을 향한 부푼 꿈이 있고 드넓은 초원 위에서 마주하는 뭉게구름의 속삭임이 귓전에 여전하네 거대한 신화를 가슴에 품었던 순수와 열정의 숨결을 잊지 못해 다시금 그곳에서 그날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
오월 금남로에서 오월 금남로에서 봄꽃이 진 자리에 신록이 눈시린 오월 어느날 평화로운 금남로 어귀에 역사의 새벽은 핏빛 낯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장막 뒤에 웅크리고 있던 야수의 무리들은 그 눈부심에 흠칫 놀라 심장이 터지고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새벽 섬광이 점차 작렬하기 시작하자 광기에 취한 ..
사랑이란 사랑이란 사랑이란 꽃을 봐야 하고 햇빛을 봐야하고 호숫가 흘러가는 구름의 속삭임을 들어야 비로소 떠오르는 것 먼 데서 들려오는 기적소리처럼 보이지 않지만 가슴 한 켠에 떨림이 느껴지는 것 간혹 누군가 떠나간 후에 서러움처럼 밀려오는 것 오월 이팝나무 꽃처럼 아카시아 향기처..
추억 채굴 추억 채굴 지난 인생을 되돌아 보면 우두커니 서 있는 산 하나 울창한 나무들이 자라고 군데 군데 봄꽃이 피었으니 아름다워라 허나, 그 아래 바위가 짓누르는 지층 속 어딘가에 남모르는 화석이 감춰져 있다 채굴장비로 파들어 가면 석탄이 되어 단단히 굳은 상처들 젊은 날 꿈을 좇아 방..
낡은 철교에서 낡은 철교에서 기차가 오지 않는 간이역 폐선 철교에서 포플러 나무가 간수(看守)대신 깃발을 흔든다 봄의 기적소리를 먼저 듣는 저 키다리 아저씨의 귓볼에 한 무리 새떼가 앉았다 깃털에 노숙의 흔적이 남은 앙증맞은 시베리아 제비 아무르강에 발목을 적시며 건너온 방랑자답게 그들..
4월의 끝자락 4월의 끝자락 4월의 끝자락 화려한 꽃잔치가 공허하고 허기진다 겨우내 기다렸던 길목에서 그리운 이를 만난 것처럼 눈물이 그렁그렁 할 줄 알았는데 끊어진 거문고 줄, 마음을 당기지 못하고 탁탁하다 아리랑고개 넘어가는 바람 꽃잎이 우수수 봄 한켠을 허무는데 환영처럼 스쳐가는 청..
골목길 골목길 굽이굽이 미로(迷路) 사이로 낮은 기와지붕들이 굴딱지처럼 엉켜있는 양동(良洞) 골목 단칸방과 상하방에는 까까머리 아이들이 시루속 콩나물처럼 머리를 밀어 올린다. 밤새 문풍지가 울다가 지쳐 어슴프레 새벽이 오면 어디선가 대문 열리는 소리 어머니의 발자국 소리가 잠결에..
그리움 그리움 노란 무꽃 피는 언덕 어딘가에 시퍼런 청춘이 잠 못 이루며 서성대던 어디쯤엔가 대숲 바람처럼 어느 깊은 곳에 일렁이는 그대의 숨결 부엉이 소리, 개울물 소리에 귀 기울이며 창호지에 어리는 달빛 눈물처럼 어리는 사념 오래 묵은 세월의 뒤안길을 나 홀로 걸으며 지우지 못한 ..